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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가문

by 구케인 Mar 26. 2025

 분명 지난주 글에서 브런치로 쓸 소재가 많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수요일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업로드할 글을 완성하지 못했다. 저장해 둔 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막상 올리려고 보니 뭔가 아쉽다. 이번 주의 나의 심리 상태와 맞지 않아서 또는 아직 수정이 더 필요할 거 같아서 등의 이유로 보류하게 된다. 그래서 새 소재를 떠올리다 보니 이번 주의 글은 그냥 가벼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선정한 이번 주의 글은 "야구"이다. 2025 프로 야구 개막이 오늘로 5일째가 되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성씨 같은 것이다. 내가 선택할 수도 없고 부정한다고 부정할 수도 없는,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 어렴풋한 기억으로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사직야구장을 다녔던 나에게 야구장은 거대한 노래방이자 치킨 먹는 곳이었다. 야구 규칙도 모르지만 부모님을 따라 야구장에 가서 삼촌들이 사주는 치킨을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주황 봉다리(봉지 아니고 꼭 봉다리라고 불러야 한다)를 쓰고 신문지로 만든 응원도구를 흔들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롯데를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롯데를 응원하는 줄 알았다. 


 결정적으로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로이스터 감독님이 롯데를 지휘하던 시기였다. 그 시절 사직은 광신도들의 모임이었다. 그곳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여름의 열기조차 기운을 펴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여름이었다. 이대호 선수가 9경기 연속 홈런을 치던 그 여름은 나에게 향수를 넘어선 어떠한 기억의 도화선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가 타주는 미숫가루를 마시며 보던 선선한 여름밤과 외식하고 돌아가던 길의 라디오 중계가 흘러나오는 차 안 같은 것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수차례 이적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여전히 롯데를 응원한다. 아무리 노력해서 다른 팀을 응원하려고 해도 결국엔 롯데의 결과를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승한 것이 마지막인 나의 이 두 번째 가문 같은 "롯데 자이언츠"가 내가 살아서 응원할 체력이 남아있을 때 우승이라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 롯데를 응원하는 것이 단순히 연고지 팀이어서가 아니라 강팀이라서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제발 바란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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