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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Quest-ce que c’est la vie?

by 디아쏭 Jan 10. 2025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Quest-ce que vous fait dans la vie?이다. 번역하면 당신의 직업이 무엇인가요? 란 뜻인데 직역을 하면 ‘당신은 삶 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라는 뜻이 된다. 이런 걸 보면 프랑스에서 음악 하기를 잘했구나 생각이 든다.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겨진 문화와 철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직업이란 생계를 위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 정도로 생각해 왔다. 여태 살면서 내 직업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때그때 요청이 들어오면 하는 일, 주기적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지만 내 직업을 뮤지션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진 않았다. 뮤지션 이라 하면 굉장히 대단한 예술을 하는 마냥 느껴졌기 때문에 아직은 그 직업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이 질문을 받고 내가 한 대답은 “Je suis musicienne. 저는 뮤지션이에요”였다. 난 음악을 하면서 계속 살아왔으니 뮤지션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했다.


한국에서는 유달리 음악 하며 사는 삶에 대해 자랑스럽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예술인에 대한 존중이 적은 한국문화였고 그에 따라오는 콤플렉스적인 나의 태도 때문이었다. 프랑스에 살며 예술을 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는데 현지 프랑스인들은 이런 예술의 나라에서 공부하러 온 외국인 예술인들에 깊은 존경을 표했다. 어딜 가나 음악을 한다고 말하면 엄지를 치켜세워주곤 했다. 넌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 존경해!라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음악을 하는데 꼭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한가 싶다. 내가 하고 싶어 선택한 길인데 꼭 많은 사람들의 동의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것일까? 프랑스는 프랑스고 나는 한국사람인데 프랑스식으로 살 순 없지 않나? 누구나 나름의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데 다 값진 인생 아닌가? 


나는 프랑스에서 음악만을 배운 것이 아니었다. 내 인생을 반추하는 법을 배웠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배웠으며 내 권리를 위해 싸울 줄도 알게 되었고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와인 맛도 알게 되었다. 고단한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와인 한잔 하며 한국 예능을 틀어놓고 아무 생각 없이 깔깔 웃으며 잠에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오늘의 인생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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