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미술관을 찾는가에 대한 작은 성찰'
서울에 사진만을 위한 시립 미술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작품보다도 먼저 장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앞섰다. 사진 전용 미술관이라니
그 자체로 이미 우리 시대의 변화를 증명하는 듯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해방 직후의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기록에 머물지 않고,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땀, 웃음, 기도, 경건함…
프레임 속에서 살아 있는 삶들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무엇보다도 사진 작품들이 회화처럼 추상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진이 단순히 ‘찍는 것’이 아니라, 해석과 사유의 층위를 담을 수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예술은 일상에서 나를 잠시 분리시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 낯섦 속에서 자기 발견이 일어나고, 다시 일상으로 연결된다.”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 하고, 동시에 다시 일상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그 깨달음은 내가 하고 있는 Re:me 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었다.
예술이 낯설게 바라보는 힘을 준다면, 나의 역할은 그 경험을 다시 일상과 연결 짓는 다리가 되는 것 아닐까.
예술을 통해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자, 예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