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 이어지는 미술의 언어'
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날씨가 참 싫다.
하지만 드물게, 하늘이 선물처럼 열릴 때가 있다.
며칠 전, 우리 동네에 솟아오른 구름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학생이 말했다.
“오늘 하늘, 진짜 예쁘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대화가 점점 줄어들었다.
묻는 말에는 짧은 대답만 돌아온다.
예전처럼 장난도, 웃음도 많지 않다.
그런데 그림 앞에서는 여전히 이야기가 된다.
색을 고르고, 선을 긋는 순간만큼은 아이와 내가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걸 느낀다.
3년 전, 아이가 그린 자화상이 떠올랐다.
그림 속 아이는 또래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너의 미래를 그린 거냐”며 함께 웃었던 기억.
그런데 지금 보니 놀랍게도 지금의 얼굴과 겹쳐진다.
그림이란 게 그렇다.
그때는 몰랐던 마음과 시간이, 나중에 다시 말을 걸어온다.
마치 아이가 이미 사춘기의 얼굴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아이의 짧은 한마디, “예쁘다.”
그 말속에 담긴 진심을 듣는 순간, 나는 다시 미술의 힘을 생각한다.
그림은 순간을 붙잡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은 새로운 의미가 되어 돌아온다.
아이에게는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고,
나에게는 아이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언어가 된다.
그날의 하늘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미술은 단순히 ‘그림 그리기’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