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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납치 대소동

by 혜성

네가 외계인한테 납치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게 우리가 헤어지게 되는 유일한 사건일 테니까.

네가 멀리 여행을 떠난다면
난 배낭 하나 들고 너와 함께 할 거야.

네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난 한걸음 뒤에서 너를 기다릴 거야.

네가 먼저 천국에 가게 된다면
난 너의 곁을 지키다 너의 옆에 묻힐 거야.

내가 먼저 천국에 가게 된다면
신께 빌고 빌어 천사가 된 후 너의 앞길을 밝혀주고

또 지켜줄 거야.

근데 네가 외계인에게 납치된다면
내가 온 우주를 다 뒤져보겠지만

그럼에도 널 못 찾을 수도 있어.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걸음을 떼는 나이가 되어서도

널 애타게 찾아다니겠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거야.

우주는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만큼 넓고

내게 남은 시간은 야속하게도 내 마음의 크기에 반비례하니 말이야.

알아 바보 같은 상상인 거.
유치한 상상인 거.
그래도 그게 우리가 헤어지게 되는 유일한 사건일 테니

걱정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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