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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나무

by 혜성

초록빛 나뭇잎 대신
투명한 유리 조각 가득 머금은 나무가
보고 싶다.
그 속이 훤히 보이는 그런 나무가.

유리 잎이 다 떨어지면
전부 주워다 녹여 어여쁜 나무 기둥을 하나
만들고 싶다.
갈색 나무 기둥 대신
투명한 유리로 속살을 내비치는 나무가
보고 싶다.

그러고는 다시 유리 잎이 나무에 대롱대롱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리 잎이 다 떨어지면 전부 주워다
유리 나무 기둥에 붙이고 싶다.
그런 나무가
보고 싶다.

색이 변하지도, 바래지도 않는 꾸밈없는.
너무나 순진한. 아니 순수하리 만큼 투명한
빛을 가득가득 머금은 나무.
별을 가득가득 머금은 나무.
건너편의 너를 가득가득 머금은,
나무 앞의 우리를 가득가득 머금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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