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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13. 2024

셋째의 말

난 안 귀여워!!

우리 막내 별이는 이제 34개월이다.


딱 둘만 낳아서 잘 기르자 다짐하던 어느 날이었다.

둘째 온이가 어린이집에 제법 적응을 할 때쯤 나도 이제 다시 공부를 하겠노라고 대학원 입학을 준비할 즈음, 두둥..

몸이 이상하다....?


당장 해본 테스트기에 너무도 선명한 두 줄.


“자기야......”

“응?”

“이것 좀 봐.”

“뭔데?”


테스트기를 쳐다본 우리는 서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남편은 곧 이성을 찾으며 내게 말했다.


“정말 잘됐다. 축복이다. 감사하다.”

그래, 축복이지, 감사하지. 그런데 육아를 또다시 어떻게

시작하지.....? 그때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날, 별이가 거실에서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바라보며 남편과 나는 말한다.


“별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


별이가 없는 4인의

가족은 이제 상상할 수가 없다.

그만큼 너무 예쁘고 뭘 하든 귀엽고 사랑스럽다.


첫째 택이의 별이에 대한 사랑은 가히 각별하다. 본래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지만 별이에게만은 무한한 사랑과 이해를 베푼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좌우명인 우리 택이도 별이가 대장 놀이를 하며 긴 밀대로 자신을 치려해도 응수하지 않는다. 살짝 눈을 흘기는 정도.


별이 손을 꼭 잡고 길을 가는 택이를 보면 세상 뿌듯함이 마음에서 쏟아난다.


그렇게 가족들의 예쁨을 한 몸에 받는 별이가 요즘 말문이

트여서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낸다.


어떻게 그 말들을 다 머릿속에 저장했는지 놀라울 만큼 아빠, 엄마, 형아, 누나의 말들을 골고루 섞어가며 말한다.


별이가, 요즘 제일 밀고 있는 유행어는

“ 난 안 귀여워. 난 멋져. “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정말 너무 웃겼다. 별이가 마음 상할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실컷 웃었다.


아니,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4살 아이가 자신의 귀여움을 부정하고 남자다움을 선택하다니.


별이는 형아랑 본 만화에 나오는 ‘한글 용사 아이야’라는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한다. 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용감한 용사가 별이는 꼭 자신인 것처럼 생각한다.


별이는 곧잘 티브이를 덮어놓기 위해 놓아둔 큰 캔버스 천을 가지고 와서 망토처럼 묶어달라고 해서는 몸에 맞게 꼭 묶어주면, 망토를 휘날리며 “출동!”을 외치며 악당을 쳐부수기 위해 위엄 있게 나아간다.


그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지만 우리 가족 모두는 귀엽다는

말은 입으로 내뱉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귀엽다’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별이의 강력한 항의가 나오기 때문이다. “난 안 귀여워. 난 멋져. “


이렇게 작은 아이의

마음에도 남자다움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오늘도 망토를 휘날리며 온갖 멋지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우리 별이에게 말해준다.


“맞아, 넌 정말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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