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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12. 2024

둘째의 말

엄만 나만 미워해. 

우리 온이.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예쁜 딸이다. 

온이가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온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온아, 넌 정말 사랑스러워."다. 

그만큼 참 사랑스럽고 예쁜 딸이다. 


물론 우리 첫째 택이도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지만 딸을 낳고서는 한동안은 

딸바보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엄마 품에 안길 때에도 아들과 딸의 온도 차이는 달랐다. 

택이는 내가 꼬옥 안아주면 바둥거리며 빠져 나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온이는 내가 안아주면 엄마 품에 그대로 포옥 안기며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그런 온이가 자라나며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씩씩하고 약간은 투박한 택이의 말투와 달랐다. 

부드럽고 조곤 조곤하고 상냥했다. 

온이의 얇다란 목소리로 하는 말들은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어서 조금 무리한 부탁도 들어주게

만드는 마법을 가졌다. 

사실 택이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다. 

택이는 내게 와서 "엄마 !이거 해줘!!!!"라고 말하지만 온이는 

"엄마, 이거 해주떼요. 해주면 안돼요? 네?(온갖 애교가 장착된 표정으로)"라고 말한다. 

그러면 내 마음은 같은 일이라도 온이의 부탁을 먼저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현상은 남편에게도 일어났다. 온이의 말에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우쭈쭈하는 대신 택이에게는 '싸나이' 포스를 보이는 우리 남편. 택이에게는 살짝 단호하게, 온이에게는 자비로운 미소로 대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우리는 심각하게 아이들을 '동등하게' 대하며 택이에게 더 신경써서 '부드럽게' 대하기를 결의한 적도 있다.

쉽지 않지만 지금도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온이는 요즘 

"엄마는 오빠랑 별이만 사랑하고 나는 안 사랑해. 흑흑흑"하며 울기도 하고 

"엄마는 나만 안 좋아해."하며 토라지고는 한다. 


며칠 전 밤에는 정말 심각하게 

"엄마는 오빠만 별이만 좋아해."를 연발하며 서럽게 울며 잠이 들었다. 


그런 온이를 보며 나는 마음이 아팠지만 또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그걸 몰라주니......'


온이에게는 어떤 설움 같은게 있는 것 같다. 


둘째 아이 신드롬(Middle child Syndrome). 

인터넷으로 찾아본 용어이다. 

중간에 있는 아이는 무엇이든 자신보다 잘하는 첫째와의 비교와 

막내에 비해 적게 받는 관심에 느끼는 슬픔을 가지고 성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둘째로 태어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관계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고 

독립성이 강하기에 스스로 일을 잘 해내는 강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온이는 정말로 세 명의 아이중 가장 독립적이고 또 스스로 일을 해내기를 좋아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데도 유연한 아이이다. 


온이의 그런 모습들이 나에게는 '강점'으로 보였을 뿐 그 안의 '아픔'은 잘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온이가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기에 늘 

"온아, 너 혼자서도 할 수 있지?"라는 말을 자주 했고, 

온이가 내가 없어도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는 아이이기에 

그저 '바라보기만'하는 엄마는 아니었을까? 


참, 엄마되기는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세 명의 너무나 다른 존재들이 내게 다가와서 세가지의 언어로 '사랑'해 줄 것을 요구한다. 

각자의 언어에 맞게 아이들을 대해주어야 하는 엄마의 하루는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 온이에게는 엄마와의 단 둘만의 비밀이 필요한 것 같다. 

엄마와 단 둘만 보내는 특별한 시간. 엄마와 하는 깊은 대화들. 

온이가 바라는 그것들을 

이제 곧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올 시간에 잠시라도  함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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