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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25. 2024

도파민 패런츠

휴대폰을 멀리하면 짜증도 사라질까?

 

온 세상이 도파민 중독과 싸우고 있는 느낌이다. 아침이면 등교하는 아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스마트 폰이 쥐어져 있다. 어떤 아이들의 스마트폰에는 드라마 소리가 흘러나오고 어떤 아이들은 게임에 뻐져 신호등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기도 한다. 누가 옆에 지나가든 상관없이 가상의 공간에 빠진 아이들.


어른들은 또 어떤가. 아이들과 공원에 산책이라도 나온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혼자서 노는 틈을 타서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기 바쁘다. 물론 은행일도 봐야하고, 장도 봐야 하고, 직장에서 온 연락에 답도 해야하고, 주식도 확인해야 하기에 그러하지만 때로는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는 대신 휴대폰에 온 마음과 몸이 집중되어 있는 모습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이런 글을 쓰기 부끄러울만큼 나 역시 당당하지가 않다. 셋째 별이를 재우면서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계절마다 사고 싶은 옷들을 구경하기 바쁘다. 물론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에는 최대한 스마트폰과 멀어져 있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잠이 든 밤이 되면 2시간, 많게는 3시간을 유튜브를 시청하고 블로그를 구경하고 흥미위주의 글들을 읽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다 잠이 들고, 스마트폰을 계속하며 피로해진 눈과 마음을 정돈하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할 때가 많다. 그러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 나는 괜시리 치솟는 짜증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쉽게 쉽게 얻은 도파민은 나의 기분을 잠깐은 즐겁게 해줄지 몰라도, 도파민이 끊어지고 오로지 나의 노력으로 해야할 일들이 내 앞에 있을 때, 나는 갑작스러운 부담감과 힘겨움의 무게를 느낀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미디어에 관하여는 꽤 엄격하다. 첫째 택이는 아마 반에서 유일하게 휴대폰이 없는 아이일 것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스마트 폰 없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고픈 게 엄마의 마음이다. 둘째 별이와 셋째 온이도 정해진 시간 외에는 티비 시청이나 만화 영상을 볼 수가 없다. 세 명 모두가 함께 있을 때 한시간 정도 함꼐 만화를 본다.  비록 우리 집에 티비가 있긴 하지만 온 가족이 티비를 보는 유일한 시간은 일요일 저녁 EBS에서 하는 '세계테마기행'을 함께 시청하는 일 뿐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시간을 기대하고 고대한다.


아이들에게는 나름의 룰을 가지고 미디어와 스마트폰을 제한하면서 나는 나에게는 너무나 관대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이렇게라도 풀어야지.'라는 마음과 '이 소중한 시간을 가장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나에게 너무 많은 양의 영상과 정보에 노출되니, 마음의 스트레스가 풀리기는 커녕, 딱 그만큼의 세상의 짐들을 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할 때 나는 아이들에게 소홀해지고 나의 실제 삶과 동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자꾸만 짜증이 난다면? 혹시 너무 자주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것은 아닌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고 아이에게 책 한권을 읽어주는 것,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단 십분이라도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 설거지 가득 쌓인 싱크대를 흘끔 바라보며 티비 드라마를 보는 대신 수세미에 세제를 꾹꾹 눌러 묻히고 빡빡빡 그릇들을 씻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더 활기가 생기는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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