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Jun 24. 2024

초등학교 5학년 6반 000 선생님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이 떠오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반에 있으나 없으나 티도 나지 않았던 한 아이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신 선생님.

선생님은 윤도현밴드를 좋아했다.

윤도현 님이 이상형이라고 했었던 것 같다.

나의 이상형은 H.O.T의 문희준.

점심 시간이 지나면 거울을 보고

화장을 살짝 고치시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내 일기장에 우울한 이야기가 써 있으면

나를 불러 주셔서 어깨를 다독여 주셨던 기억도 난다.


난 그때까지 한번도

학교 선생님의 관심을 받아보지 못하던

학생이었기에 선생님의 그 따뜻한 관심은

 내가 학교에 갈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유일한 동기였던 것 같다.


그런 선생님이 어느날 내게 시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대회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때까지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도

즐겨하지도 않았지만 수업 시간에

이따금 쓰던 동시와 나의 일기를 보시곤

선생님이 제안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선생님의 권유로 나가게 된 글짓기 대회에서

나는 운좋게도 당선을 하게 되었고 내 인생 최초로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께 상을 받게 되었다.

그때의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그때 상장과 함께 여러가지 색깔의 고급 물감을 상품으로 받게 되었다.

남동생이 아파 남동생을 데리러 갑작스레 학교에 오시게 된 부모님들이 내 상을 받는 모습을 보았다고

저녁에 말해주셨을 때는 얼마나

어깨가 뿌듯했는지 모른다.


5학년 이후로는 단 한번도

글짓기 대회에 나가지도 못했고

어떤 선생님도 나의 일기를 읽거나 나의 동시를 보고서 관심을 가져주신 적이 없다.

하지만 5학년때 만났던 '김승현' 선생님의 그 관심은

나의 삶 속에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었다.


그래서 인기많은 아이들만 한다는 장기자랑대회에서

H.O.T의 ‘캔디’ 춤도 추워보고,

야영을 가서는 앞에

나가서 정말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패션쇼’도 해보았다.

선생님은 내향인인 내가 뭐든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의 신념을 가지게 된 동기의 시작을 만들어 주셨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가 잘 어울러져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또 어른들에게도 “칭찬”은

‘내적 동기’를 잘 끌어낼 수 있는 좋은

’외적 동기‘가 되어준다.


누군가에게 그의 특별함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을까?

저마다 가진 ‘특별함’을 잘 깨닫지 못한 이에게

그의 고유한 ‘장점’과 ‘특기’를 말해 주는

것 만으로, 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이다.


이제는 머리가

희끗해졌을 선생님,

곱디 고운 미소로 반겨주시던

우리 선생님이 그립다.



 



이전 10화 선생님, 힘들 때는 우리에게 오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