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 사람의 두뇌가 폭파되는 장면과 함께 듣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 영화 ‘킹스맨’
Scene #2 - 빈 오페라 하우스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격투 속, 오페라 아리아 <Nessun dorma> – 영화 ‘미션임파서블 5’
‘잔혹한 장면에서 흐르는 우아한 클래식’이라는 모순적 상황은 공포감을 배가 시킵니다. 이와 같은 대비적 기법을 <시청각적 대위법>이라 부릅니다. 의도적으로 장면과 상반되는 음악을 설정해서, 그 상황을 반어적으로 강하게 표현하는 효과를 내는 거죠. 이런 스크린에서의 확연한 대비는 특정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세웁니다. 왜일까요?
인간 내면의 모순적 충돌이 영화 속 대상에 상징적으로 시각, 청각화 되어 나오니 머리가 쭈뼛 서는 거죠. 심리학자 페스팅거는 '인지 부조화'이론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불일치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들을 풀었고, 프로이트도 인간 심층에서 벌어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충돌'을 소개했습니다. 맞습니다. 이토록 피곤하고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 대결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게 너지!?”라고 화면에서 콕 찌르니,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마치, 전쟁에서 본진을 공격당한 것처럼 말이죠.
음악사에서는 중세 이후부터 일찌감치 대비를 통한 효과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시청각적 대위법>에서 '대위법'은 음악에서 빌려 온 단어입니다. ‘대위법-Counterpoint’이라 함은, “음표(point-점)에 대항하여 (counter) 또 다른 음표(point)를 찍다(그리다).”라는 뜻입니다. 마치 돌림노래처럼 두 개 이상의 멜로디를 시간차로 결합시켜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고전적인 작곡 기법이죠. 그중에서도 '전위 대위법'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처음 제시된 선율을 상하로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몇 마디 뒤에 겹쳐 등장하죠. 마치, 대칼 코마니의 반을 잘라, 어긋 맞춰 놓은 것과 같습니다. 묘하게 어울립니다.
미술에서도 인상주의 이후 화가들은 보색을 활용한 대비효과를 그림에 적용하였습니다. 앙리 마티스의 <마담 마티스> 초상화에서는 원색을 선택하다 못해, 서로 반대되는 보색인 파랑과 노란색을 거침없이 인물과 배경에 칠해버립니다. 야수파다운 파격적 색의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냉철한 이성의 영역인 철학과 과학에서도 모순적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율배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칸트는 “우리가 사는 세계 속 시공간은 유한하면서도 무한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전자’라는 녀석이 갖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에 관한 원인과 이유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연구 결과를 정리한 상태죠.
인간사 자체가 대비의 전형입니다. 사랑과 야망, 혹은 이상과 현실이 맞서 싸우고, 그룹 간의 갈등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런 모순적 충돌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사회를 진보시키기도 하죠. 이를 전제하고, <시청각적 대위법> 효과가 담겨있는 장면과 클래식을 감상해 봅시다. 분명, 사뭇 다른 감성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덧붙임. 클래식은 아니지만, 드라마 '오징어 게임' 중 살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면에 고요히 흐르는 <Fly to the Moon>에서도 시청각적 대위법의 진수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