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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킴 Oct 07. 2024

두 도막 형식, 왜 배웠을까?

균형에서 오는 안정감

뒤뚱대는 물체는 긴장을 야기합니다. 잡지 못한 채 타는 자전거 연습처럼 말이죠. , 프로 수들은 균형에서 오는 안정이 있습니다. 바로 서양음악에서 말하는 '형식(form)'도 이와 같습니다. 두 도막형식뿐 만 아니라, 세 도막, 론도, 소나타 형식 모두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균형의 산물입니다. 미술에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들은 반으로 접어도 될  만큼 대칭적인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서양음악이나, 미술이나 모두 이 견고한 틀 안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칭구조를 보이는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대중가요에서

보컬에서 댄스나 발라드 곡에서도 이와 유사한 틀을 활용합니다. A-B-C-브리지-C' 형태로 대칭은 아니지만 일정한 좌우의 발란스를 유지합니다. '인트로-벌스-코러스-브리지-엔딩'으로 풀이할 수 있죠. 팬들은 이런 음악용어를 알 필요도, 외울 이유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가 들어도 전주(인트로)가 어디인지, 첫 도입부(벌스)의 멜로디가 뭔지, 그리고 가장 익숙한 후렴부(코러스)는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브리지는 코러스와 엔딩 사이를 이어주는 추가 보컬 멜로디) 또한, 대중들은 이 균형으로 인해 무의식 중에 안정감을 느끼죠.

클래식에서
자, 클래식곡은 이 보다 더 단순한 구조입니다. AB(2 형식), ABA(소나타 형식), ABACA(론도) 등의 모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참고로, 소나타 형식(ABA)에서 A는 "제시부, B는 발전부, A를 재현부"라고 부릅니다. 용어는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역시 듣다 보면 알게 되니까요. 보컬음악에서 처럼 말이죠. 일단, 위에 A악절과 B악절 사이의 구분은 쉽습니다. 한 악절이 끝이 나면, 전혀 새로운 주제 멜로디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한 악절이 길 경우 지루함이 느껴지죠.

소나타 형식: 제시부-발전부-재현부

쪼개며 듣는 감상의 묘미

긴 악절로 인한 지루함을 없애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클라이맥스를 기대하며 듣는 방법이 좋습니다. 보컬음악에서 후렴부를 기대하듯이, 한 악절의 절정을 찾아봅니다. 전문가의 분석과 달라도 상관없습니다. 관심 있게 듣고 있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감상입니다. 하나의 악절 첫 몇 마디에 나오는 주제 멜로디가 클라이맥스까지 가는 여정을 지켜봅니다. 또한 이를 기준으로 삼아 대칭구조로 나누어, 반복하여 들으면 대성공입니다. 같은 감상 방법으로 다음 악절로 넘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각 악절의 성격이 특정되고 차이점도 느낄 수 있습니다. 굳이 언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느낌이나 감정은 추상의 세계이니까요. 고개 한 번 끄덕이면 충분합니다.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혜택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과 근거를 고려해야 하므로 표현의 한계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형식(forms)은 곧 쪼개기입니다


정리합니다. 다비치 그림의 대칭구도를 확인한 듯, 클래식 음악 속 균형과 대칭 머릿속으로 그려봅시다. 그리고 난 후, 그림에서 상세한 색감과 표정을 보듯, 클라이맥스 전후의 주 멜로디를 유심히 들어봅니다. 고전음악이 주는 균형의 안정감을 즐기는 거죠. 음악은 습관의 장르입니다. 선천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있는 게 아니라, 어디선가 들었으므로 선호하게 된 겁니다. 되풀이하는 과정 속에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하이든의 <종달새> 1악장 (연주시간 약 4분)을 듣고, A-B-A를  구분해 봅시다.

* 가수 이하이의 <한숨>을 듣고, A-B-C-브리지-C를 구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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