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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밤샘작업의 고통

디자이너로 하는 첫 출근 날부터 밤샘작업의 시작!

by 데이원 Day One Dec 22. 2024
브런치 글 이미지 1


디자이너로서 첫 출근을 했다.

두려움 반 기대반으로 사무실을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는 게임프로그래머 팀들은 바닥에 대충 이불 깔고 자고 있었다. 밤새는 게 일상이라더니 이런 모습이었구나 싶었다.


9시 30분쯤 직속 상사인 기자가 출근을 했고, 책상 안내부터 출근하면 내가 해야 하는 청소 등의 업무를 알려주었다. 주변 정리를 대충 한 후 책상에 앉았다


첫 번째 업무는 잡지에 들어갈 기사들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자신 있게 컴퓨터에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업이 쉽지 않았다. 원고와 사진을 받았는데 어떻게 배치하고 작업해야 할지 막막했다. 지금 이야 사수 없이 디자인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때는 인터넷이 아주 발달한 시기도 아니었고, 사무실에는 디자인 서적 한 권도 없었다. 오롯이 과월호 잡지와 상상만으로 디자인을 해야만 했다.


면접 때 잡지를 봤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폰트 정리해서 페이지 뿌려놓고 지난달의 잡지들을 보면서 조금씩 디자인을 해나갔다.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계속해서 작업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외부에서 업무를 마친 대표님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만든 편집디자인 작업물을 보고는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했다. 네!라고 대답하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런데 직속 상사인 기자는 내일도 원고가 많이 올 거고 마감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작업을 하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 아닌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는 저녁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커피 한 잔을 대충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10시에는 퇴근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서... 다시 말하지만 난 초초초보 디자이너였고 나 혼자 오롯이 월간지 편집을 해야만 했다. 책 한 권에 120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았고 5일 정도의 기간 동안 교정도 보고 마감을 해야 인쇄를 들어가 독자들에게 배송이 되는 것이다.

다시 작업을 시작했고 이제는 대표님과 기자님 두 분이 작업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교정본 주고 수정하고 작업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나는 집에 가지 못했다.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되어서야 대표님은 샤워하러 간다고 근처 사우나를 가셨고 기자는 집에 다녀온다며 나갔다. 나는 집이 멀기도 하고 오후에는 퇴근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서 잠시 눈을 붙였다. 


이틀째 움직임 없이 의자에 앉아 그대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래도 일이 재미있었다. 답답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일을 했고 3일째 오후가 돼서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집에 와서 밥 먹고 뻗어서 잠을 잤고 다음날 아침에 4일 차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이틀밤을 회사에서 보내고 드디어 마감을 했다. 책 한 권이 내 손에서 디자인되어 끝났다는 기쁨에 밤을 새운 고통 따윈 잊어버렸다.


다행인 것은 월간지는 마감 기간 일주일만 힘들면 나머지 날들은 수월했다. 중간중간 디자인도 몇 개 해놓고 회사에서 필요한 잡무들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마감일이 돌아오면 비상체제로 돌아간다.

이렇게 10개월 정도를 일한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밤새는 것이 싫었다. 지금도 바쁘다고 해도 밤을 새지는 않는다. 차라리 새벽 2시, 3시에 일어나 작업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9시 이후에는 업무에 집중을 못한다. 

물론 그때는 술은 못 마셔서 조금 더 집중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 

나의 퇴사사유는 물론 개인적 사유이지만 밤샘의 고통 때문이었다.


이제 나는 경력자가 되어 디자이너로써 두 번째 회사를 찾아 나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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