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 ANNE Nov 17. 2024

애니메이터에서 디자이너로...

편집디자이너로의 첫 발! 

... 이 글은 이전의 글을 브런치북에 게시를 위해 재편집하여 썼습니다.



충무로 입성


애니메이터로 생활하던 시절 회사 근처 전봇대에서 우연히 붙어 있던 전단지를 보고 막연히 디자이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디자인 업체가 많이 몰려있는 충무로를 가봤다. 전봇대에도 구인광고가 붙어 있고 어디든 취업하기는 쉬워 보였다. 배우면서 일해볼까라는 생각에 몇 군데 전화를 걸어봤다.


"직원 채용하시나요?"

"네. 프로그램은 뭐 다룰 줄 알고 경력은 몇 년인가요?"

"네?"

"..."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시트집에 '직원 구함'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들어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컴퓨터 컷팅 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내 업무는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으로 간판이나 유리창에 붙이는 글자나 로고를 크기에 맞게 만들어주거나, 로고나 그림을 일러스트로 따서 오브젝트 형식으로 만들어 색상별로 컷팅이 될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실사출력이 흔하던 때가 아니었다.


처음엔 일이 재밌었는데 점점 단조로워졌다. 그전에 애니메이션, 텍스타일 디자인 등의 일을 했었던 터라 펜툴로 하루종일 누끼 작업만 하는 것이 지루하기만 했다.


디자인 학원 등록


도저히 단순작업을 계속하기 힘들어 처음의 생각대로 디자인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학원은 대학로에 있었다. 수업은 9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이었고 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과제를 위해 가장 오래 남아 있으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갔다. 그때는 돈은 없었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 대학로 샘터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곳에서 일이 끝나면 호프집으로 출근했다. 새벽 1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고 다음날 다시 학원을 다니는 생활을 10개월 동안 반복했다.


지금은 디자인학원이라고 하면 컴퓨터 툴을 가르쳐주는데 그때 다니던 학원은 디자인 이론, 드로잉, 컬러리스트, 타이포그래피 등을 기초로 하고 일러스트, 포토샵을 이용하여 포트폴리오 만드는 과정까지 했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시 사회로 나왔다.


어쨌든 충무로


이제 취업을 해야 했다. 학원에서는 취업 알선은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부터 가기로 했던 충무로로 다시 나갔다.

아는 곳이 그곳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때는 인터넷으로 취업정보를 얻던 시절은 아니었기에 충무로를 나가서 그 동네서만 볼 수 있었던 인쇄마을과 편집&디자인 타블로이드판 신문에 실린 정보를 뒤져봤다. 

그리고 편집디자이너 구인하는 회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입사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력서를 내기 전에 또 거절당했다. 첫 질문이 이거였다.

"쿽, 포토샵, 일러스트를 다룰 줄 알아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는 다룰 줄 알아요."

"그럼 안 되겠네요."


나는 내게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답답했다. 

계속 전화를 돌리다 보니 '쿽'이라는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아까 안 되겠다고 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혹시 그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인쇄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편집디자인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충무로에 있는 학원이라 바로 방문해서 쿽을 배울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시각디자인학원에서 배운 포토샵과 일러스트는 실무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4개월 과정을 다시 시작했다.


드디어 4개월이 지나고 나는 게임 관련 월간지 회사에 편집디자이너로서 기대를 잔뜩 품고 취직을 하게 되었다. 긴 시간 버텨낸 것이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이제 행복 시작이다!!






















이전 02화 만화가가 꿈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