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 ANNE Oct 16. 2024

만화가가 꿈입니다.

만화가 좋아서 무작정 시작하다!

만화가가 너무 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읽어오던 만화들이 너무 재밌었고 그 만화를 따라 그리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읽던 만화책을 한 장씩 따라 그리기 시작했고 재미있어서 만화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루펜으로 선연습만 죽어라고 했다. 선이 조금 완성되자 이번에는 일본 만화들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렇게 재밌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만화를 열심히 그리던 어느 날 문하생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겨 합숙하며 만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화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매일 지우개질과 각종 허드렛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일과가 끝나고 저녁에 만화연습을 하라고 했지만 밤샘도 많이 하고 뻗어서 자기 바빴다. 

그렇게 3개월쯤 하고 나니 진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웹툰작가처럼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던 시기는 아니었다. 물론 재능이 있어 혼자서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우선 집에 못 가는 합숙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눈치가 꽤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때는 거의 어리숙하여 상황파악을 잘하지 못하니 구박대상이었다. 

그리고 20만 원 정도 되는 급여로는 생활이 안되었다. 뭐 거의 일만 하니 돈을 쓸 일은 없었긴 하지만 급여가 너무 짜서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도 1년은 버티리라 생각했는데 3개월 만에 그렇게 그곳을 떠나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만화가 말고 애니메이터가 되자!라고 생각하여 애니메이션 회사를 입사했다. 그래 만화가 말고 애니메이터는 상황이 좀 더 나을 거야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는 도구는 연필 깎기, 고정 셀부터 지우개까지 전부 내가 사야 했다. 워낙 박봉이다 보니 이직률이 높아서 그런지 분실이 많이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할 도구가 없이는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도구도 친구에게 3만 원인가 빌려서 사서 다니기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요청하면 될 것인데 그때는 못난 모습처럼 보여 친구에게 빌리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당연히 첫 출근 후에는 점심값도 없었다. 부모님에게 손 벌릴 형편은 아니었으니 그냥 생으로 굶고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 그렇게 다니던 중 나에게도 사수가 생기고 사수인 언니가 왕뚜껑 사발면에 커피 우유를 사주었다. 그것을 거의 매일 점심으로 먹었다.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한강에 나가 햇볕을 쬐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보낸 시간들이 낭만적이었다. 옆자리 사수 언니의 책상에는 워크맨이 있었는데 언니가 자리를 비우면 이어폰을 살짝 꽂고 음악을 들었다. 그때 들은 음악은 여행스케치의 노래였다. 

그때의 기억으로 아직도 여행스케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화 문하생을 거쳐 애니메이터로 6개월 정도 근무를 하던 중 어느 날 전봇대에 붙은 '매킨토시 편집디자이너 구함'이라는 전단을 보게 된다. 우연히 스쳐 지나갔는데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도서관에 가서 매킨토시, 편집디자이너에 대한 책을 찾아서 읽어봤다.

그땐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이라 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도봉도서관에 가서 찾아보곤 했었다.


내가 주로 읽던 책은 직업 관련 책들이었다. 직업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그것을 알아보는 일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편집디자이너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나는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편집디자이너로 살고 있지만 편집디자이너 직업을 선택한 일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다른 일도 하고 싶어서 늘 두리번거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충무로 블루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