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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리뷰

백수린, <눈부신 안부> 짤막 리뷰

by 김사자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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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백수린이 2023년 5월에 내놓은 첫 장편. 처음으로 장편을 쓴 작가의 작품을 읽는 내가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는데, 작가는 얼마나 긴장된 마음이었을까. 오히려 기대감과 고양감에 부풀어 이야기를 썼을까? 아무래도 그는 프로니까.




  단편집 <폴링인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를 읽으며 느낀 그만의 분위기를 연장해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이 다른 문화권에 가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한 고찰, 언어의 복잡미묘함에 대한 숙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섬세한 관찰. 언제나 백수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따듯함이나 찬란함 등인데, 그가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설에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주인공 '해미'를 중심으로 두 가지 시점이 존재한다. 독일에서 생활하던 과거와 한국에 있는 현재. 소설 전반이 해미가 그녀의 이모를 포함한 파독 간호사들을 쫓으며 전개된다. 독일에 있던 시절 그녀는 친구들과 친구의 어머니인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일에 몰두했었지만 실패했었고, 끝내 귀국한 것과 친구에게 나름의 선의로 거짓말을 한 후 깊게 후회한 것을 계기로 친구들과 연락도 두절되었었다. 재회한 대학 시절 친구 '우재'와 이모 이야기를 했던 것을 계기로 그녀는 다시 과거를 돌아본다.


  과거 회상 위주로 이루어지기에 파독 간호사들을 조명하는 관찰자 시점인 듯 하지만 언제나 이야기는 해미에게로 돌아온다. 좋다고 느낀 부분이 그런 지점인 것 같다. 파독 간호사들을 비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경유한 끝에 지금의 해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미는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며 성장해간다. 과거에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를 찾는 탐정이었던 해미, 그랬던 과거를 다시 되짚는 탐정이자 역사학자가 된 현재의 해미는 곧 K.H.를 추적할 뿐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셈이다. 책을 통해서도, 주변인을 보면서도 느낀 것인데 아픈 일에 대해 회피하거나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마는 사람들은 자책과 후회가 앞서는 탓에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진찰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수색하는 작업은 곧 자신을 치유하고 자책에 빠져있던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는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특별히 재미있던 부분 중 하나는 음식에 대한 세심한 묘사. 특히 누군가를 만나서 소회를 풀거나 흥이 나는 자리에서 상에 올라와 있는 음식을 묘사하는 것에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고국에서나 타지에서나 음식을 나누고 무언가를 같이 먹으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우리의 성질을 재밌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리어에 꼭 고추장 튜브를 지참하고 귀국하면 김치찌개부터 먹는 우리는 유독 음식 관련 에피소드들이 많지 않은가.




  소설가가 하는 일은 사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백수린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그가 자주 가지고 오는 소재(타지 생활, 언어, 성장기의 혼란 등)가 좋은 소재일 뿐만 아니라, 그가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결과 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언제나 기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폴'에게 빠져드는 마음과 '참담한 빛'을 보여주었고 '여름의 빌라'로 우리를 초대했던 그가 장편을 통해 건넨 것은 '눈부신 안부'였다. 이제 따끈따끈한 단편집으로 '봄밤' 속에 잠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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