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친구
나에게 ‘친구’라는 말은 친구처럼 친숙하기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이다.
왜 그런 걸까?
언제부터 일까.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친구’ 사귀기는 참 어렵고 힘든 일처럼 느껴졌다.
친구를 만드는 것, 친구가 생기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이 모든 것에 대한 나의 마음은 ‘무섭다’, ‘두렵다’.
깊고 진한 상처들이 만들어 낸 흉터 같은 것일까.
새로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 또한 이 감정의 연장선인듯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면서 나는 더욱 철저히 혼자 지내곤
한다. 혼자 있는 것이 편안하고,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며, 혼자 있는 것을 즐기기에 ‘친구’ 없이
지내는 이 시간들이 그다지 외롭지 않다.
그러다 문득, 어쩜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누구보다 나를 생각하며, 누구보다 나를 이해하는 ‘친
구’와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달아 간다.
그 ‘친구’ 는 다름아닌 바로 나 자신.
구지 친구를 만들지 않아도, 구지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난 누구보다 친한 친구와
언제나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임을 알아간다.
그렇기에 이제는 ‘친구’에 연연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친한 친구는 나 자신이기에, 그 친구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하기에, 그리고 그 친구와의
시간을 통해 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기에.
나는 내 친구 ‘나 자신’과 함께 할 때 가장 편안해 질 수 있고, 가장 나 다워질 수 있기에,
나는 내 친구 ‘나 자신’과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