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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04. 2024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를 지키며 살아 간다는 것은

부제: 서로 부둥켜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일수록 가까이 함께해야 하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곁에 두어야 하며,

소중한 사람이기에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소중한 사람이기에, 지켜내야 하기에,

지켜주고 싶기에, 도와주고 싶기에

그 온전한 마음을 담아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하고,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부둥켜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안으려는 사람과 안겨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한 아이의 엄마로, 부모님의 맏딸로, 한 사람의 아내로

그렇게 그들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면서,

그렇게 언제나 부둥켜안으려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면서,

문득 느껴지는 많은 감정들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많은 감정들보다 더 크고 깊은 공허함에 멈추어 본다.


부둥켜 안겨 있는 그들은 어떠할까.  

부둥켜 안겨 있는 그들에게서 드러나는 불편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답답해.’ , ‘그만 좀 해.’,

‘내가 알아서 할 건데.’, ‘알겠어. 한번 말했으면 충분해.’…..

그들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게 아닌데…

난 걱정이 되어서,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

그들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억울하고 허무한 내 마음의 소리가 답하고 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경계를 지켜주지 못하고

그들의 경계 너머 깊숙이 들여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은

경계를 지키지 못하고 부둥켜 안으려 안간힘을 쓴

나 때문임을 알아간다.


부둥켜안으려는 나는 어떠한가

부둥켜안고 있는 나에게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허무함에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안쓰러운 나의 모습에 마음이 슬퍼진다.

두 손으로 내 온 몸을 감싸며 꼬옥 안아준다.

두 손으로 내 온 몸을 감싸며 토닥여준다.

‘많이 힘들었구나. 많이 지쳤구나.

안간힘을 쓰며 부둥켜 안고 있느라

너무도 고생했구나.

애썼어. 잘했어. 고생했어. 수고했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후회가 없잖아.

오늘이 마지막 날이여도 여한이 없잖아.’


그렇게 나를 토닥이며,

그렇게 나를 보살피고 돌보며

천천히 천천히 부둥켜안았던

두 팔에 힘을 빼어본다.

천천히 천천히 부둥켜안으려 안간힘을 썼던

온 몸의 힘을 빼어간다.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지켜줘야 하는 그들의 경계선 뒤로 물러서본다.


너무도 오랜 시간

그렇게 부둥켜안아주려 했기에,

너무도 오랜 시간

그렇게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것이 맞는 줄 알았기에,

너무도 오랜 시간

 그렇게 부둥켜안고 함께 했기에,

어쩌면 또다시 그들의 경계를 침범해,

또다시 그들을 부둥켜안으려 애쓸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부둥켜안기보다

나의 경계를 지켜내고, 상대의 경계를 지켜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태도임을 명확히 알고 있음에,

또다시 부둥켜안으려 애쓰기보다,

서로의 경계를 지키려 더욱 노력할 것임을 다짐해본다.

아마도 아주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에

천천히 천천히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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