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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12. 2024

#6. 피하고 싶은 만남


피하고 싶은 만남은

갖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절대 원칙은 있을 수 없는 법.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어가야 하는 만남들이 있다.


배우자 때문에,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 하는 그 만남들로

아내로서 나는, 엄마로서 나는

정말, 아주, 매우, 많이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아내라는 역할, 엄마라는 역할을 위해

나의 불편함 따위는 생각할 수 없다.

아내라는 역할, 엄마라는 역할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나의 불편 따위는 아랑곳할 수 없다.


피하고 싶은 만남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친절하고 다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피하고 싶은 만남 후 느껴지는 에너지 소모는

거의 방전에 가깝다.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하고 회복하기란 불가능하다.

때로는 방전된 채, 또다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고,

때로는 충전을 채 마치지 못한 채 다시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내공이 부족한 나에게

피하고 싶은 만남은 즐길 수 없을 뿐 아니라

여전히 피하고 싶을 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건만,

내공이 부족한 나에게

피하고 싶은 만남은 피할 수 없어도

여전히 피하고 싶을 뿐이다.


앞으로도 피하고 싶은 만남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계속 이어질 피하고 싶은 만남 속에서

더 이상 불편하고 싶지 않기에,

더 이상 에너지를 소진하고 싶지 않기에

그것들 속에서도 의연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의연할 수 있는 무언가는

다름아닌 내 안에 있음을 알기에,

오늘도 나의 의연함을 바라보며,

나의 의연함을 알아차리며, 나의 의연함을 키워가 본다.


그렇게 키워가는 의연함 속에서

나를 향한 관대함과 타인을 향한 관대함 또한

함께 키워가야 함을 명심하고 기억해본다.

그리고 그렇게 내 안에서 키워가는 관대함을 통해 비로소

피하고 싶은 만남에 대한 불편함을 줄여갈 수 있음을,

피하고 싶은 만남에서의 에너지 소진을 방지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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