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실리아 Nov 22. 2024

#7. 삼십대의 나에게 쓰는 편지

#7. 삼십대의 나에게 쓰는 편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나의 삼십대.

하고픈 일을 하고자 이직을 했고,

새롭게 도전하며 제주로 향했다.

이직 하기 전의 회사 경력을 발휘하면서,

이직 후 하고픈 일에 대한 열정을 더해가며

이렇게 신나게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던 제주에서의 직장생활.

행복하게 즐기며 일할 수 있었고,

그렇게 일하며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임신을 하면서 나의 사회적 경력은 그곳에 멈췄고,

자의로 전업주부를 선택해 육아와 살림에 몰두하게 된다.

출산을 하면서 세상 하나뿐인 보석을 선물 받았으며,

출산을 하면서 엄마라는 삶을 선물 받았다.

연고 없는 타지에서의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며,

한 인간으로서 지독한 외로움을 겪으며,

고독을 즐기게 되었고,

처음해보는 엄마로 살며,

육아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보낸 삼십대를 돌아보니 참으로 다채롭고 풍성하다.

결혼 전,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 존재하고,

결혼을 하며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존재한다.

임신을 하며 가장 신비로운 존재로 살아보았고,

출산을 하며 가장 소중한 존재를 품에 안아보았으며,

엄마로, 아내로 살며 가장 어려운 역할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로, 아내로 살며

가장 적나라한 나 자신을 만나게 되었고,

엄마로, 아내로 살며

가장 버거운 감정기복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아가던 나는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아갈 수 없게 되면서

한없이 긍정적이었던, 한없이 희망적이었던 모습에서

한없이 억울하고, 분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최선을 다해 참아야 하고,

최선을 다해 견뎌내야 하는 줄 알았다.

최선을 다해 혼자 해내야 하고,

최선을 다해 혼자 감내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뭐든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줄 알았던 나의 삼십대.

그렇게 뭐든지 혼자 다 해내야 하는 줄 알았던 나의 삼십대.

그렇게 뭐든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며, 괜찮아야만 했던 나의 삼십대.

그러다 그렇게 괜찮지 않아도 됨을, 힘들어해도 됨을,

화를 내도 됨을, 도움을 청해도 됨을,

참고 견디느라 애쓰지 않아도 됨을,

그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됨을,

그렇게 그냥 살아도 됨을

알게 된 나의 삼십대.

그러다 그렇게 괜찮지 않음을, 힘들어 하고 있음을,

화가 많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버거움을

알게 된 나의 삼십대.


그렇게 알게 된 사실들로

사춘기 시절보다 더 혼란스러운 삼십대 시절이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에 혼란스럽고,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감정들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알게 되는 나의 모습에 당황스럽고,

내가 알게 되는 나의 감정들에 당황스러웠다.

새롭게 알게 되는 나의 모습, 나의 감정들을

내 것이라 인정하기 싫었다.

새롭게 알아가는 나의 오만와 편견,

나약함과 부족함, 고집과 아집.

그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 모든 것들이 내 모습임을 인정하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그랬구나.

화려하기만 했던, 행복하기만 했던

삼십대 초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행복에 감사하기만 했던

삼십대 중반.

‘나’의 민낯과 마주하며

감정은 바닥을 치고, 마음은 혼란투성이였던

삼십대 후반.


그렇게 삼십대도

참 열심히, 나 답게 살아왔구나.

그렇게 삼십대도

참 하루하루가 치열했구나.

그렇게 삼십대가 되어서야

진정한 나의 모습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구나.


그렇게 넘어지고, 부딪치고, 쓰러지기 직전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잘 견뎌내고, 버텨내며 지내고 있기에

이제 곧 다가올 사십대에

진정한 나에 대한 고찰과 성찰을 할 수 있을 것이야.

그러니, 괜찮아.

힘들어도, 괜찮지 않아도, 버거워도…

그 어떤 모습도 괜찮아.

그리고 응원해.

나의 그 어떤 모습으로도 충분함을

이제 곧 알게 될 테니

나의 그 모든 마음을 응원하고 응원해!

그리고 사랑해. 그리고 소중해.

있는 모습 그대로.

내 존재만으로도 충분함을 꼭 기억해.

이전 07화 #6. 피하고 싶은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