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
제주도에 살게 되면서 자주 타게 되는 비행기.
창가석을 좋아하지만,
아이와 함께 할 때면 창가석은 언제나
아이의 차지이다.
갑작스런 경조사로 혼자 비행기를 타게 될 경우,
창가석에 앉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비행기를 탈 때면,
핸드폰을 비행기모드로 켜두곤 한다.
비행기 안에서 내게 펼쳐질
큰 선물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륙 후 상공에 다다른 비행기가
차분히 비행을 이어갈 때면,
날 위해 준비된 선물이 펼쳐지곤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이것이 바로 나에게 펼쳐지는 선물이다.
펼쳐지는 그 선물 속에서
큰 위안과 위로와 격려, 경이로움과 감사함을 채워간다.
펼쳐지는 그 선물 속에서 나는
이 큰 우주의 작은 미물임을, 나약한 존재임을
새삼 느끼며, 동시에
이 큰 우주의 유일한 소중한 존재임을
그렇게 내 존재의 가치를 새삼 깨닫곤한다.
이 크고 넓은 세상 속에서
아둥바둥 애쓰며 살아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되고,
이 깊고 무한한 세상 속에서
아둥바둥 애쓰며 살아가는 모습은
작은 티끌에 불과함을 알아간다.
조물주의 시선이 이런 것일까.
이보다 더 높고 위대할 조물주의 시선을 생각해본다.
조물주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이 작은 미물은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미물 마저도 보살피고 계시는
조물주의 힘을 일상 속에서 느끼며
그 위대함에, 그 사랑에 감사해본다.
이륙 후 상공에 다다른 비행기가
좋지 않은 기후로 불안한 비행을 이어갈 때면,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세상을 선물 받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그 세상속에서 받아온
수많은 선물 같은 나날을 떠올리게 된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비행기를 타고,
창밖으로 내려다볼 수 없는 세상에 감사하며,
나의 나약함과 미약함을 새삼 깨달으며,
두 손을 모으고 안전을 기도하며 조물주를 찾곤 한다.
결국 난, 비행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때에도,
비행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지 못할 때에도
조물주의 소중한 작품으로서
그 분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 선물을 받는다.
그리고 무사히 비행기가 착륙하는 그 순간,
또 한번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세상’을 가슴에 담으며
무사하고 안전한 도착 또한 선물임을 깨닫는다.
비행하는 동안 내 안에 담겨진 그 모든 선물에 감사하며
그렇게 비행기에서 내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