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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늘의 감정: 죄스럽다] 죄의식을 거두어본다

by 세실리아

#13. [오늘의 감정 죄스럽다] 죄의식을 거두어본다


죄스럽다: 죄지은 듯 하여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엄마가 되고 종종 죄의식에 사로잡히곤 한다.

아이를 향한 나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며

종종 죄지은 듯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는 아이에게

감정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엄마 역시

종종 감정을 태도로 드러내기에 마음이 죄스럽다.

엄마는 아이에게

말하기 전 5초만 멈추어 보자고 말하면서

엄마 역시

말하기 전 멈추어가지 못하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 엄마가 요즘 공감을 잘 안 해줘서 속상해.

내가 무슨 말하면

내 마음부터 물어봐주고,

위로해주고 그랬잖아.

근데 왜 요즘은 안 그래?”


해야 할 일을 자꾸만 미루는 아이에게

냉정한 바른말을 퍼부은 날,

아이는 펑펑 울며,

엄마의 공감능력 저하를 지적했다.

아이의 지적은 정확했다.

그 즈음 엄마는

아이를 향한

엄마 자신의 말과 행동이 차가워졌음을

스스로 자책하고 있었다.

그렇게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에

두 가지 이름표를 붙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헌신적인 사랑’이고,

또 하나는 ‘냉정한 사랑’이죠.

육아에는 아이를 끝까지 믿고

사랑하는 마음도 필요하지만,

냉정하게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아이를 보내야 할 때 차분하게 보내주고,

아이가 방황할 때 끝까지 방황하게 두는 것이

결국에는 아이를 위한 최고의 사랑일 때가 있습니다.

육아의 끝은 독립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헌신적인 사랑’과 ‘냉정한 사랑’

이 두 가지 사랑이 모두 필요합니다.


출처: 김종원, ‘김종원의 진짜부모공부’ 中



아이가 클수록 엄마는

혼란스럽고 어려우며 막막하다.

‘아이의 독립’이 육아의 최종 목표라는 생각에,

‘아이의 독립’을 돕는 조력자라는 생각에

아이가 클수록

엄마는 냉정한 사랑에 집중하게 된다.

얼마나 냉정해야 하는 건지,

어디까지 냉정해야 하는 건지

너무나 어렵고 막막하다.

그러면서 엄마는

아이를 향한 냉정한 사랑 쪽으로

과한 힘을 싣는 실수를 종종 하게 된다.


이 나이에는 이렇게 해야지.

이 나이에는 이제 스스로 해야지.

이 나이에는 이런 건 알아서 하는 거지.


아이가 학교에 가고,

아이가 스스로 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그렇게 엄마는 아이에 대한 냉정한 사랑을

구지 말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죄의식을 이어가며,

더 이상의 죄의식은 엄마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음을 명심하며

그렇게 오늘도 멈추어 바라본다.

그리고 그렇게 멈추어 바라보며 오늘도 알아간다.


아이를 향한 ‘냉정한 사랑’은

묵묵히 해야 하는 것임을.

아이를 향한 ‘냉정한 사랑’은

아이를 향한 냉정한 태도가 결코 아님을.

아이를 향한 ‘냉정한 사랑’은

아이에게

더욱 깊고 큰 공감을 전제로 할 때 그 힘을 발휘함을.

아이를 향한 ‘냉정한 사랑’은

아이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이

깊고 튼튼하게 뿌리내려 있을 때 그 힘을 발휘함을.

오늘도 엄마는

엄마가 자꾸만 잘못 발휘하려는

‘냉정한 사랑’을 거두어본다.

오늘도 엄마는

아이가 부족하다 지적한

‘공감’을 기억하고자 한다.

오늘도 엄마는

엄마 자신의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자꾸 물어봐주고, 공감해주자

명심하고 기억해본다.

그렇게 엄마는

엄마 마음을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며,

그렇게 엄마는

노력하며 비로소 엄마 마음의 죄의식을 거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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