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마음 안에는 괴물이 산다.
언제부터 그 괴물이 살게 된 지는 알 수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괴물은 내 삶 안으로 끼어들었다.
거대한 괴물이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조금씩 살아 숨쉬려고 할 때마다,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은 숨통을 쥐고 흔든다.
그만둬.
뭘 하던 당연히 안될거야.
난 패배자고, 몹쓸 인간이고, 재활용도 안돼. 그냥 소모품일 뿐야.
더 어떤 비참한 말들이 있을까. 어떤 말이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괴물은 잔혹한 말들을 서슴치 않는다.
처음엔 저항하다가도,
결국엔 괴물의 말을 묵묵히 듣는다.
어느 순간 그 말이 모두 사실처럼 느껴지면서,
괴물에 대항할 마음조차 느끼지 못한 채 패배자이고, 몹쓸 인간이고, 재활용도 불가능한 소모품인 자신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맞아, 내 자신이 싫은 건 당연해. 이런 나니까.
어느 순간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남은 건 패배자이고, 몹쓸 인간이고, 재활용도 불가능한 소모품같다고 욕하는 나의 목소리이다.
나는 어느 새, 나도 인정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다.
누구나 마음 안에는 괴물이 산다.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는 괴물은 어떤 말들을 내게 쏟아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는, 나에게 무슨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가?
자신 안에서 살고 있는,
사실은 어쩌면 자신이 키우고 있을 지도 모르는 괴물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글을 쓰고자 한다.
그리고 사소한 글이지만, 내가 쓰는 글이 자신 안의 괴물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그와의 관계를 바꾸는 것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