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하..."
깊은 한숨과 함께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에는 앳된 얼굴의 사람이 비추어 보였다. 맨투맨에 청바지를 입은 수수한 옷차림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얼굴. 학생일까? 하지만 거울에 얼굴을 비춘 당사자는 안다. 자신은 상담자이다.
이전엔 나이와 생김새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자연스러운 게 최고라며 그다지 꾸미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담자들을 만나게 되자 고민이 생겼다. 수련생이었던 시절, 석사생인 자신과 학부생인 내담자 간에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내담자를 만나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 처음 상담자를 본 박사생 내담자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선생님, 어려 보이시네요."
그 말에 고맙다고 웃으면서도, 속으로 긴장감이 몰려왔다. 본인보다 상담자가 어려 보이는 게 티가 나는구나. 나이가 어린 상담자를 보며, 내담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 충분한 경험이 없다고 생각할까, 제대로 된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할까. 어려 보인다는 말 밑의 뜻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알 수 없었다. 그저 너무나도 학생 같아 보이는 자신의 모습과 이미 어른이 다 되어버린 듯한 내담자 사이에서 괴리를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나이가 어린 수련생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났다.
"어때, 나 이제 상담자처럼 보여?"
어느 날 동기는 정장을 촥 빼입고 상담센터로 들어섰다. 검은 정장에 셔츠, 그리고 구두. 지금 생각해 보면 면접 복장 같았지만, 당시 내 눈엔 그렇게 전문가처럼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 정장 입으니까 엄청 상담 전문가처럼 보인다."
그 이후로 나 역시 상담이 있을 때마다 셔츠에 슬랙스, 그리고 구두를 신고 내담자 앞에 섰다. 깔끔하고 어른스러운 복장을 갖추니, 저절로 상담 경력이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멋진 복장을 했음에도, 나를 바라보는 내담자의 시선에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장으로 감추려고 했지만, 내담자의 눈에 나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감추려고 했던 건 나이였을까, 아니면 나의 불안이었을까?
상담자의 자화상
만일 현재 어떠한 이유로 인해 상담을 받고 싶어 졌다고 하자. 평이 괜찮고, 전문 자격증도 갖춘 상담센터를 찾아 내방하였고 드디어 1회기를 받으러 갔다고 상상해 보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담실의 문을 연다. 그럴 때, 책상 맞은편에 앉아있는 상담자는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나의 경우 '상담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40~50대 정도의 중년 여성이었다. 어느 정도 삶의 경험도 풍부하고, 여러 공부도 접한. 인자한 미소와 어쩐지 안정감이 느껴지는 말투. 그 모습이 내 안의 '이상적인 상담자'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 이상적인 모습은 젊은 나이에 맨투맨을 입고 다니는 나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나는 거울을 보며 움츠러들었다.
내담자가 상담자에 관해 갖게 되는 인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내담자가 예상한 상담자의 모습보다 실제 상담자의 나이가 더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남자일 수도 있다. 보이는 모습보다 늘 더 중요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의 오답노트는 다음과 같다.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선 본연의 모습으로 있는 게 중요해.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이를 가리기 급급해지곤 한다. 나의 경우엔 '내담자에 비해 어린 나이'였고, '부족한 상담 경력'이었다. 하지만 가리면 가릴수록, 한편으로 가린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싹트게 된다. 가리려는 노력이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내담자에 비해 어린 나이이던, 아직 상담 경력이 많지 않든 간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면 솔직해져야 한다. 상담은 한 인간으로서 내담자와 상담자가 만나는 과정이며, 상담자가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도구가 바로 상담자 자신(self) 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상담자'의 탈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해야 하며, 상담 과정에서도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상담자의 태도는 때로는 내담자에게도 용기를 주곤 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출근하기 전 옷장 앞에서 멈춰 선다.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 좋아하는 맨투맨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기어코 또 그 말을 듣는다.
"선생님, 근데 나이가 어려 보이시네요. 조금 놀랐어요."
그 말에 부끄럽거나 불안해하는 것이 아닌, 빙긋 웃어 보인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상담자를 바라보는, 내담자 안의 불안을 읽는다. '나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도 상담자라니',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는 동안 해낸 게 없는데...' 이젠 내담자 차례다.
"나이가 어려 보여서 당황하셨군요.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어려 보이는 게 OO씨에겐 어떻게 다가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