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상담자로서 적합한 사람일까?

episode 10.

by 상희

오늘의 상담이 끝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상담실을 떠나지 못하고 앉아 있다.

내담자의 온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이 공간엔, 묘하게 무거운 침묵만이 감돈다.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상담 노트를 바라본다. 휘갈겨 쓴 단어들, 엉성한 메모들 사이로 오늘의 혼란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고요처럼, 상담이 끝난 이 조용한 시간은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한다.

'난 상담자로서 적합한 사람일까?'

이 질문은 초보 상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여러 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 역시 그 질문의 굴레 속에서 자주 맴돈다.


어쩌면, 나는 상담자가 되선 안 되는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스스로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이기적인 이유로 상담자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닐까?
전혀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상담이 진전되지 않아.


이러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너무 무거워서, 상담자로 나아가고자 하는 확신을 끌어내린다. 하지만, 이러한 회의감은 초보 상담자라면 누구나 거치는 관문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 회의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오답노트는 바로 그 점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사실 지금 나는 그 관문 앞에 서 있다.



상담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


초보 상담자가 상담자로서 회의감을 갖고, 진로 방향을 돌이켜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주되게 겹치는 이유들은 아래와 같다.


1. 자기 확신 부족

: 초보 상담자가 자기 회의에 빠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자기 확신의 부족이다.

초보 상담자는 상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담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 찾아올 때 당황하기 쉽다. 불확실함의 연속인 상담이 끝나고 나면,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이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나?'와 같은 의문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이 내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알 수 없기에, 상담자로서의 확신은 점점 더 바닥을 향한다. 또한, 때로는 슈퍼바이저의 건설적인 조언이 자신을 향한 비판처럼 느껴져, 부족한 스스로를 자책하기 쉽다.

이러한 자기 확신의 부족은 초보 상담자가 아직 상담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내적인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익숙하지 않기에 불안하고, 불안하기에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2. 이상적인 상담자 이미지와의 괴리

: 또 다른 주요 이유는 이상적인 상담자 이미지와 실제 자신 모습 사이의 괴리이다.

초보 상담자들은 흔히 '공감능력이 풍부하고, 따뜻하며, 감정적으로 안정된' 이상적인 상담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도 그러한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 상담 장면 속 자신은 그 이미지에 쉽게 부합하지 않으며, 이상적인 상담자의 이미지는 자신에겐 맞지 않는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상담 장면에서의 자신을 성찰하며, '나는 너무 차가운 상담자인 것 같아',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안정되지 않고 심장이 떨려'와 같은 말을 되뇌곤 위축되기도 한다.

결국, 이상화된 상담자의 이미지와 실제 상담자로서의 자기 사이의 간극은, 상담자의 자격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진다. 그 간극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초보 상담자일수록 그 괴리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는 것이다.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기


상담자로서의 길을 걷다 보면, 좌절의 순간은 피할 수 없다. 상담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마음이 들 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된다.


좌절은 의지를 꺾지만, 그렇다고 의미 없는 경험은 아니다.

넘어졌다는 건, 그 자리에 날 걸려 넘어지게 한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니까. 나의 돌부리를 알아차리고, 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다시 일어서서 걸을 때는 그 돌부리의 존재를 유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분명 성장의 과정일 것이다.


나 역시도 초보 상담자로서 그 좌절의 무게를 잘 안다.

그리고 이젠 내담자의 온기가 가신 탁자 앞에서 나의 돌부리를 생각한다.

나는 자꾸만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을 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상담이 끝난 후, 내담자가 소득 없이 돌아간 것만 같을 때. 내가 충분히 개입하지 못한 것 같을 때. 홀로 남은 상담실에서 고요 속에 잠겨 자책한다.


또, 못했네.
상담이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만 같아.
내가 상담자로서 잘 기능하고 있는 게 맞아?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이 상담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면,

나는 이 우여곡절을 스스로에게 허락해보려 한다.

다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상담자로서의 나를 의심하고, 그럼에도 일어서서 다시 걸어 나가고.

이는 분명 '이상적인 상담자'는 아닐지라도, 상담자로서의 있는 내 모습 그 자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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