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아빠의 토끼귀 전세기를 타다
아빠의 돌발성 난청 치료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이비인후과 학회 가이드라인에 있는 모든 치료 방법을 다 적용해 보기로 했다. 돌발성 난청은 100% 원래 청력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병이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교수님과 상의한 끝에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시도해 보자고 결심했다. 그중 하나가 고압산소 치료였다.
고압산소 치료(Hyperbaric Oxygen Therapy, HBOT)는 고농도의 산소를 압력이 높은 환경에서 흡입하는 치료법으로, 이 과정에서 혈액 내 산소 운반 능력이 증가해 손상된 조직으로 산소가 더 많이 전달되며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돌발성 난청 치료에 고압산소 치료가 사용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혈액 순환 개선: 돌발성 난청은 내이로 가는 혈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데, 고압산소 치료는 내이로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해 손상된 청각 세포의 회복을 돕는다.
염증 감소: 고압산소 치료는 염증을 줄이고, 손상된 조직의 치유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로 인해 돌발성 난청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회복 촉진: 산소 공급이 증가하면 손상된 조직의 재생이 촉진되어 청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돌발성 난청 초기 단계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실시하면 청력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보통 2.4기압에서 90분간 치료를 받으면 돌발성 난청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빠는 양쪽 귀 모두 돌발성 난청을 앓고 있으며, 왼쪽 귀는 이명도 동반된 상태였다. 그래서 다인용 챔버를 사용할 수 없어 1인용 챔버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는데, 왜 그렇게 1인용 챔버가 불편하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작은 공간에 혼자 누워있는 아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애써 밝은 척하며, "아빠! 아빠 귀는 좋겠다. 90분 동안 전세기 타고 호강하는 거네."라고 말했다.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웃으시며, 지금도 고된 치료를 불평 한 마디 없이 잘 이겨내고 계신다.
고압산소 치료가 끝나면 아빠를 픽업하러 가서, 아빠가 좋아하는 콤부차 한 잔을 사드린다. 90분 동안 "전세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오신 아빠는 그 한 잔을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고압산소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지만, 나는 확신한다. 힘들고 지칠 때도 우리 아빠는 무사히 전세기에서 착륙하실 거라는 걸. "아빠, 오늘도 수고 많았어."
혹시 누군가 돌발성 난청에 대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돌발성 난청은 이비인후과 응급질환 중 하나로, 늦어도 2주 안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서울의 대형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그곳을 예약하느라 시간을 놓칠수가 있다. 거주지 근처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와 함께 고압산소치료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가시길 권해드린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119 시스템이 정말 최고라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만약 어떤 병원에 가야 할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 119에 전화를 걸어 응급상황이 아니라도 돌발성 난청이라는 이비인후과 응급질환임을 정확하게 알리고, 당장 갈 수 있는 병원을 물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