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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토끼 Sep 04. 2024

어느 날 아빠의 귀가 토끼귀가 되었다

제8화 나는 이제 짜장면을 먹지 않는다

드디어 퇴원하는 날이다. 이번 여름은 습도가 높고 비도 많이 내렸다. 특히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여름 날씨는 돌발성 난청 환자에게는 최악의 컨디션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래도 2주 동안 입원하며 규칙적인 식단을 지키고, 치료를 열심히 받으셨으니, 병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버지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그동안 회사일로 바빴던 오빠가 퇴원 수속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병원 생활 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보기 위해 오빠에게 아버지를 맡기고 먼저 병원을 나왔다. 막상 아버지를 오빠에게 맡기고 혼자 나오니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내가 유학을 떠날 때 부모님 마음도 꼭 이랬겠지. 나는 극 T인데... 혹시 F인가? 꼭 내가 아니어도 되는데, 솔직히 나보다 아버지를 더 잘 돌봐줄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내가 진심으로 아버지를 잘 보살펴 드리고 싶어서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아버지를 불편하게 했던 건 아닐까? 혹시 치료에 방해가 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2주 동안 미뤄두었던 일상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오랜만에 친구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아버지가 토끼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덧붙이자면, 아버지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소중한 우리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친구가 중식당을 예약했다고 주소를 보내왔다.

중식 괜찮지? 짜장면 먹자

나는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돌발성 난청을 앓으신 이후로 짜장면을 먹지 않는다. 아버지와 함께 맛있게 짜장면을 먹고 몇 시간 후, 아버지의 귀가 토끼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날, 비 오는 그날, 왜 그 짜장면은 그렇게 맛있었을까? 짜장면 때문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냥 짜장면에게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은 내 마음이겠지.

짜장면은 아무 잘못이 없다. 우리 모두의 소울푸드 아닌가? 짜장면만 보면 괜히 미안하고  아빠가 생각날 거 같아서 어쩌면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거 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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