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프롤로그
아침은 늘 비슷하게 시작된다. 눈을 뜨면 아직 덜 깬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 거울 속 얼굴을 바라본다. 피곤하고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곧 하루를 버텨낼 또 다른 나의 표정을 준비해야 한다.
웃음을 짓고, 예의를 갖추고, 상대의 감정을 먼저 살피는 얼굴. 나는 그것을 ‘마스크’라 부른다. 필요하지만 오래 쓰면 숨이 막히는, 벗고 싶지만 벗을 수 없는 마스크.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얼굴을 거울 속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사람이었다. 대학 시절, 조별 과제 자리에서부터 첫 직장의 회의실, 친구와의 저녁 약속까지. 늘 분위기를 읽고, 적당한 웃음을 지으며, 상대가 원하는 나를 연기했다.
그 과정에서 내 진짜 감정은 뒤로 밀려났다. 화가 나도, 슬퍼도, 그저 ‘괜찮아요’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텅 빈 방 안에 앉아 있던 나는 문득 생각했다. “하루 종일 웃고 떠들었는데, 내 마음은 어디에 있었을까.”
‘감정노동자’라는 단어는 원래 서비스업을 지칭한다. 고객을 맞이하며 억눌러야 하는 감정, 불합리한 요구 앞에서 웃어야 하는 태도. 그러나 내게 이 단어는 훨씬 넓은 의미로 다가왔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모두 감정노동자가 된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조절하고, 웃음을 연습하며, 내 안의 진짜 감정을 잠시 접어두는 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 브런치북은 단지 직업적 감정노동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 삶 속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모든 감정노동의 순간을 담고자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연인 앞에서 다정하게 웃는 사람, 모두가 잠시 감정을 소모하며 살아가는 감정노동자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기록하며, 동시에 당신에게 위로가 닿길 바라며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이 브런치 북에서 거창한 해결책을 말하지 않는다. 하루를 버티며 느낀 피로와 번아웃, 사소한 위로와 웃음,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난 나. 그 모든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다. 작은 말 한마디, 잠깐의 눈빛, 혼자 중얼거린 격려, 그것이 내 하루를 지켜주었듯,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책은 총 스무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의 시작과 관계 속의 갈등, 번아웃과 외로움, 작은 위로와 자기 돌봄까지. 각 편은 짧지만 서로 이어져 하나의 여정을 만든다. 독자가 글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노동자의 하루를,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겪는 내면의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혹시 오늘도 웃음을 짓느라 지치진 않았는가. 혼자 있을 때 문득, “나는 왜 이렇게 애쓰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감정노동자다. 그리고 그 사실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완벽한 답은 없지만, 적어도 여기에서는 솔직해지자. 괜찮지 않은 날은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지친 날은 지쳤다고 인정하자.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우리가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일 테니까.
이제 첫 장을 열며, 부디 당신의 마음 한편에도 작은 빛이 켜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감정노동자이지만, 동시에 서로의 마음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임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