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삶을 위한 약속
먼저 약속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을 말하고 싶다. 특히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이 더 그렇다. 타인과의 약속은 쉬이 지키면서도 나 자신과의 약속은 왜 그리 가볍게 여기는지.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까지 써온글 그대로 가스라이팅이라는 어둠에서 빠져나왔고, 정리하며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과 맺는 약속이라는 것을. 다시는 내 빛을 누구에게도 흐리게 하지 않을 것. 내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진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얼마전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에 나갔다. 총 다섯 명이 모였는데, 그중 수진(가명)이는 내가 3년전에 연을 끊었던 친구와 절친이었다. 식사를 하며 수다 떨다 수진이가 물었다. "지윤아, OO이랑은 왜 연락끊었어? 걔는 요즘도 가끔 너 얘기하던데." 테이블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예전의 나라면 당황해서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을 것이다. "아, 내가 바빠서..."라는 변명이나 "미안해, 그냥 그렇게 됐어"라며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사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잠시 침묵 후, 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우리 관계가 내게 건강하지 않다고 느껴서 거리를 두기로 했어. 개인적인 결정이었고, OO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어. 다만 서로에게 맞지 않는 거라 생각해." 수진이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대화는 자연스레 다른 주제로 흘러갔고,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내 경계를 분명히 표현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건강한 대화로 이어졌다는 것.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았다.
가스라이팅의 그림자를 벗어나 회복의 길을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이제 나는 내 삶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나와 상대 모두를 위한 가장 건강하고 정직한 방식임을 깨달았다. 당신도 그럴 자격이 있다. 자신의 감정과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 그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관계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번 화에서는 회복의 여정 끝에서, 또는 새로운 시작점에서 나 자신을 위한 선언과 약속들, 그리고 그것을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가스라이팅은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놀라운 성장의 기회를 주었다. 그 아픔을 통해 나는 내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건강한 경계를 세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 맺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경험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혹시 지금 누군가의 가스라이팅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 또는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 회복 중이라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감정은 진짜입니다. 당신의 경험은 유효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치유될 자격이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어쩌면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터널의 끝에는 항상 빛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빛을 향해 나아가는 매 걸음이 의미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어제 저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 약속을 합니다. 이 약속들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매일 실천하려는 살아있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이런 약속을 만들어보기를 권합니다. 아래는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도 영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기에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나의 감정과 경험을 부정하지 말자.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라는 의심 대신 "이렇게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라고 인정하고, 불편함을 느낄 때 그것을 무시하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그 신호에 귀 기울이자. 그 순간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내 기여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첫걸음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둘째,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지켜나가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 죄책감의 원인이 아니라 자기 보호의 수단임을 기억하자. 내가 편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협하지 말자. 그리고 그런 결정에 대해 과도하게 설명하거나 변명하지 말자.
셋째, 내 직감을 믿자. 몸이 보내는 신호, 마음이 속삭이는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자. 이전의 경험들이 내게 준 지혜를 무시하지 말고, 그 직감이 때로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자.
넷째, 나의 진실을 대가로 다른 이의 인정을 구하지 말자. 진실을 말하는 것이 때로는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더라도, 내 진실을 지키는 것이 결국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랜 친구가 내게 불편한 농담을 계속할 때, 예전의 나는 웃음으로 넘기며 속으로만 불편해했다. 친구를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은 내게 상처가 돼"라고 솔직히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놀랍게도, 진실된 소통은 관계를 위태롭게 하기보다 오히려 더 깊게 만들었다. 진정한 친구 관계는 서로의 진실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섯째,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겠다. 그것이 명상이든, 산책이든,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이든, 나를 위한 투자임을 기억하자.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더라도, 적어도 15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확보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잠들기 전 감사일기를 쓰는 것, 점심시간에 짧게 공원을 산책하는 것.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내 영혼에 필요한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한다. 자기 돌봄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여섯째, 과거의 나를 비난하지 말자. 그때의 나는 내 상태를 알려고 한 것만으로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하고, 지금 알게 된 지혜로 과거의 선택을 판단하지 말자. 과거에 나는 가스라이팅 관계에 오래 머물렀던 자신을 탓하곤 했다. "왜 진작 알아채지 못했을까, 왜 더 빨리 벗어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컸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나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과거의 실수나 선택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자.
일곱째, 건강한 관계만을 내 삶에 들이겠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관계.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는 관계. 한쪽이 희생하며 다른 쪽을 채우는 것이 아닌, 함께 채워가는 관계를 추구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마다 이제는 '이 관계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주의 깊게 살피자. 만남 후에 에너지가 소진되는지, 아니면 더 충만해지는지. 내 의견이 존중받는지, 아니면 무시되는지. 이런 신호들을 통해 관계의 건강성을 평가하고, 독성이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거리를 두자. 삶은 너무 짧고 소중해서 소모적인 관계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회복이 직선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자. 때로는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다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책하기보다는 그것 또한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모으겠다.
회복의 과정에서 가끔 옛 습관으로 돌아가는 날들이 있다. 누군가의 부당한 요구에 또다시 "네"라고 말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침묵하는 순간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순간들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 여기서 배울 것이 또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회복은 완벽한 직선이 아니라 때로는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여정이며, 그 모든 굴곡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당신에게도 이런 약속들을 만들어보길 권합니다. 꼭 여러 개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 하나라도, 당신이 진심으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아침 또는 잠들기 전 조용히 자신에게 상기시켜 보세요.
저는 약속들을 작은 카드에 적어 책상 위에 두고, 매일 저녁 하루를 마무리할 때 읽어봅니다. 이 작은 행동이 내 마음의 방향의 길라잡이가 되어줍니다. 때로는 하루 중에 흔들릴 때도 있지만, 이 약속들을 떠올리면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깨달은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맺는 약속이 다른 어떤 관계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약속이 모든 외부 관계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타인에게 존중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자기 존중은 단순히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나 자신의 목소리를 믿고, 내 감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내 경계를 단호하게 지키는 일상의 실천이다. 그리고 그런 자기 존중이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고, 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존중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모든 외부 관계의 본보기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약속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랜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세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당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방향이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를 기억하세요.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 어떤 상황에 있든, 어떤 감정을 느끼든,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중요합니다. 당신의 경계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당신의 감정은 유효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지금 가스라이팅의 한가운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현실을 의심하고, 감정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혹시 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자책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말을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당신의 감정과 경험은 진짜고 당신은 그것을 인정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현실을 왜곡하려 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그런 관계에서 벗어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긴 회복의 여정에서, 때로는 외롭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서로의 성장을 통해 희망을 얻습니다.
가스라이팅의 회복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고립감입니다. "나만 이런 경험을 했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오르지만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놀랍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회복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희망과 위안이 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치유를 돕고, 당신의 이야기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며 공감했던 순간들, 눈물이 맺혔던 부분들, 또는 "맞아, 나도 그랬어"라고 생각했던 문장들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이미 회복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첫걸음을 축하합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때로는 험난하더라도, 당신은 이미 가장 어려운 부분을 지나왔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치유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니까요.
회복의 첫걸음은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내 감정이 무시되고 있어", "나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그 작은 깨달음의 순간들이 모여 변화의 씨앗이 됩니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씨앗이 당신 안에서 자라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당신의 여정에 빛과 용기가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이 여정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일 테니까요.
회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완벽한 치유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더 건강한 선택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세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인내와 사랑을 베풀어주세요. 당신이 걷는 모든 한 걸음이 의미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 작은 걸음들이 모여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여정에서 당신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걸어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가 점점 더 빛나는 희망과 회복으로 가득 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