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이야기
여름이었다.
이 한 문장이 주는 힘은 얼마나 강할까?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되는 밈이지만 그 행간엔
다시 돌아오질 않을 추억과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묻어 나온다.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에서 두루 사용되는 이유가 있으리라.
위 문장과 같이 마음속에 깊이 파고든 드라마가 있었다.
일본드라마의 황금기 시대에 홀연히 등장한,
오렌지 데이즈 ( 2004 / TBS ).
2024년 1월 부로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고 덕분에
고화질로 추억을 더듬을 수 있게 됐다.
졸업을 앞둔 4학년 대학생 친구들의 솔직한 모습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그려낸 작품이다.
츠마부키 사토시, 시바사키 코우, 에이타, 우에노 주리 등
일본 대표 배우들의 신인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하다.
특히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는 장면이나 대학 캠퍼스의
아기자기한 장면은 마치 MBC 시트콤 뉴논스톱(2002)을
연상시키다. 평범했던 장면이 지금은 아련하다.
20년 전 일본 드라마가 왜 그렇게 기억에 남았을까?
두 주인공의 뛰어난 외모? 아니면 듣기 좋은 OST?
시청자를 사로잡은 극본과 연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주인공들은 나와 닮았다.
( 물론 외모는 아니다 )
자기 기준에 하나라도 어긋나면 삐지고 다투고 찌질했던 모습이,
내 마음 하나 조절하지 못해서
감정을 얼굴로 팍팍 드러내며 친구들의 기분을 상하게 순간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생각났다.
그땐 정말 몰랐다.
눈치도 진짜 없어서 상또라이라고 느꼈겠지?
그런데 그 괴팍한 성격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며
다시 일어서서 같이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캐릭터가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그런 사람은 현실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 주인공의 조건 없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따뜻하게 인식되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 내 관점이 유연해진 것일까?
전쟁과 같은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가며 남을 돕는 사람 없다고
믿어왔는데 세월이 그 반대의 예를 보여 주며 조금씩 설득되었던
것 같다.
그런 사람 있었다. 정말 있다.
그동안 안 보려고 애를 쓴 것뿐이다.
더욱이 그 사람들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자신이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작은 죄책감이다.
그것을 따뜻한 오렌지빛 노을로 감싸줬던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나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억에 남았다.
더 보니 더 선명해진다.
주인공들의 결말을
특별한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길에 있음을 알리는 것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다.
2024년 지금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으니
이제 그 오렌지를 따러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