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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데이즈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이야기

by APRDEC Oct 15. 2024

여름이었다.


이 한 문장이 주는 힘은 얼마나 강할까?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되는 밈이지만 그 행간엔

다시 돌아오질 않을 추억과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묻어 나온다.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에서 두루 사용되는 이유가 있으리라.


위 문장과 같이 마음속에 깊이 파고든 드라마가 있었다.


일본드라마의 황금기 시대에 홀연히 등장한,

오렌지 데이즈 ( 2004 / TBS ).

orange days @TBSorange days @TBS


2024년 1월 부로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고 덕분에

고화질로 추억을 더듬을 수 있게 됐다.


졸업을 앞둔 4학년 대학생 친구들의 솔직한 모습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그려낸 작품이다.

츠마부키 사토시, 시바사키 코우, 에이타, 우에노 주리 등

일본 대표 배우들의 신인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하다.


특히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는 장면이나 대학 캠퍼스의

아기자기한 장면은 마치 MBC 시트콤 뉴논스톱(2002)

연상시키다. 평범했던 장면이 지금은 아련하다.


20년 전 일본 드라마가 왜 그렇게 기억에 남았을까?

두 주인공의 뛰어난 외모?  아니면 듣기 좋은 OST?

시청자를 사로잡은 극본과 연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주인공들은 나와 닮았다.

( 물론 외모는 아니다 )


자기 기준에 하나라도 어긋나면 삐지고 다투고 찌질했던 모습이,

내 마음 하나 조절하지 못해서

감정을 얼굴로 팍팍 드러내며 친구들의 기분을 상하게 순간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생각났다.  

그땐 정말 몰랐다.

눈치도 진짜 없어서 상또라이라고 느꼈겠지?


그런데 그 괴팍한 성격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며

다시 일어서서 같이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캐릭터가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그런 사람은 현실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 주인공의 조건 없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따뜻하게 인식되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 내 관점이 유연해진 것일까?

전쟁과 같은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가며 남을 돕는 사람 없다고

믿어왔는데 세월이 그 반대의 예를 보여 주며 조금씩 설득되었던

것 같다.

그런 사람 있었다. 정말 있다.

그동안 안 보려고 애를 쓴 것뿐이다.

더욱이 그 사람들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자신이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작은 죄책감이다.

그것을 따뜻한 오렌지빛 노을로 감싸줬던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나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억에 남았다.

더 보니 더 선명해진다.

orange days @TBSorange days @TBS


주인공들의 결말을

특별한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길에 있음을 알리는 것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다.


2024년 지금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으니

이제 그 오렌지를 따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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