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상작가 해원 Jul 12. 2024

<에필로그> 엄마 나 브런치 1등 먹었어!

나를 살게 한 두 글자 동시(同時)


언젠가 진화식이 술에 취해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법인장님 저는요,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냥 적당한 부자 말고요 정말 큰 부자가 되고 싶어요. 식당에서 요리 주문할 때 가격을 굳이 보지 않아도 먹고 싶은 걸 주문하고요. 명품 샵에서 원하는 걸 망설이지 않고 담고 싶어요. 정말 좋은 차도 타고 싶고요.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정말 좋은 사람 되고 싶습니다. 법인장님 그거 아세요?”     


“저도 어떤 유튜브에서 본 건데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했던 독립투사들이 모두 지옥에 가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그냥 지옥도 아니고 끊임없이 고통받는 '무간지옥 無間地獄'이라는 겁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가족을 괴롭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독립투사의 부모들은 자식을 먼저 보내면서 수많은 괴로움을 당했고요. 그 사람들의 아내나 자식들도 갖은 차별과 고문에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로운 삶을 산 겁니다. 가족을 그렇게 괴롭히면서 조국을 위해 바친 그 삶이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대를 이은 가난과 멸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잖습니까. 그런 후손들이 조상인들 제대로 모실 수 있겠습니까? 조상과 부모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그의 후손들까지도 괴로움 속에 살아가게 한 그들이 천국에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불공평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친일 했던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식민 시대에도 온 가족이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 땅도 많이 차지하고 자녀들도 좋은 교육받게 했지요. 조상도 좋은 땅에 잘 모시고 제사도 잘 지냈겠지요. 지금 그들의 후손을 보십시오. 모두 내로라하는 가문에 돈 많고 떵떵거리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들이 복 받는 이유는요, 바로 가족들이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100년 동안 가족을 행복하게 만든 사람과 100년 동안 가족을 괴로움 속에 살도록 방치한 사람,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요?”     


“저는 법인장님을 보면 자꾸 독립투사가 생각납니다.”          






# 나 진화식이야!     


현해원 법인장이 요즘 <미국 주재원의 비극>인지 뭔지 하는 글을 쓴다고? 이 인간은 어쩌면 저렇게 돈 안 되는 짓만 골라서 하는지 몰라. 산업혁명 이후의 세상은 결국 자본이 승리한다는 걸 모르나?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살려면 전세금이 부족하다고 딱 1년만 더 근무하게 해 달라고 했더니 그걸 믿더라. 결국 나를 쫓아내야 할 시기에 쫓아내지 못하니까 자기가 쫓겨났잖아. 인생에는 모두 시기가 있는 거야. 근데 사실 나 전세금이 없었던 건 맞아. 재개발 아파트에 투자하느라 현금이 없었거든. 지금 그 재개발 아파트 시세가 20억이 넘었대. 이제 올가을이면 입주야. 현 법인장이 그걸 알면 아마 땅을 칠걸. 그런 걸 보면 참 어리석은 사람이란 말이야. 그동안 그 좋은 기회 다 놓치고 말이야?     


나 같으면 벌써 승진해서 아직도 미국 법인장 하고 있을 거야. 도대체 정의가 밥 먹여 주나? 대표이사가 시키는 일 그냥 하면 되지. 뭐 잘났다고 회사 이익 운운하는 거야? 그래서 결국 쫓겨나고, 승진 못 하고, 가족들 못 할 짓 시키고, 아니, 회사에 수백억 원 수익 남겨주면 뭐 하냐고? 자기한테는 단돈 10원도 안 떨어지는걸? 내가 그렇게 힌트를 줬건만 이렇게 쉬운 인생의 법칙을 모른다고? 참 나!    


내가 Win-Win의 영업비밀 알려줬잖아. “나에게 도움 줄 사람에게 도움을 줘라!”, 난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킨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그런 걸 참 좋아해. 나는 나에게 도움 줄 사람이라면 개처럼 엎드릴 수 있어. 그가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그게 회사에서 주는 거라면 더 좋지. 내 돈 안 들어가니까. 대신 준거 이상 받으면 되는 거야. 그게 가장 쉬운 성공의 법칙 아닌가? 자존심은 절대 밥 먹여 주지 않거든.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도 몰라? 나는 정의, 자존심 그런 것 따위는 몰라. 그저 돈이면 되는 거야. 나중에 돈으로 말해주면 돼. 두고 봐, 누가 더 잘 살았는지 내가 증명해 보일게.     


현해원, 당신이 정해진, 박유신 시켜서 나를 망하게 했다고 착각하지 마. 나 지금 도널드랑 사업 잘하고 있어. 당신들에게 없는 게 나한테는 있거든, 그건 집요함이야. 나는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아. 그렇게 이미 나에게 넘어온 거래처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아주 쉬워, 난 그들이 원하는 걸 주고 그들은 내가 원하는 걸 주는 거야. Win-Win 말이야. 이 글 읽는 당신들도 잘 생각해 봐! 현해원이 나은 인간인지 내가 나은지. 그리고 당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당신도 다 나 같은 사람 아니야? 난 믿어 당신들 중 99%는 결국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돈 앞에 장사 없지? 돈이 덕 쌓는다는 말도 있잖아,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도 있고, 그게 이 세상은 돈이면 다 된다는 말인 거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 있잖아 왜? 우리나라의 역사를 봐. 지금 잘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역사를 통해 배우라고. 그게 우리나라야. 사대주의, 나보다 센 사람 있으면 가서 납작 엎드리는 거지. 현해원이 가장 못 하는 게 그거 아니었어? 대표이사한테 가서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했어야지.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살아야 해. 그래야 성공하고 부자 될 수 있는 거야. 두고 보라고. 내가 최고 비싼 외제 차 끌고 현해원 법인장 앞에 나타날 거니까. 사람은 모두 속물이야. 근본적으로 욕망덩어리라고. 그러니까 당신들도 잘 생각해 봐.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조금만 기다려. 얼마 남지 않았어. 내가 큰 부자가 되는 날 당신들 앞에서 증명해 줄게. 현해원의 어리석음과 나의 위대함을! 하하하!!     


아 참! 중요한 거 한 가지를 빼먹을 뻔했네.     


현해원의 모든 인사를 뒤에서 조정한 사람이 바로 나야.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아버지야. 나에게 Win-Win의 영업비밀을 알려주신 분. 내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헤헤!!!          





<진짜 에필로그>     


- 나를 살게 한 두 글자 동시(同時)     


삶에서 저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는 글자를 찾으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동시 同時'라고 말할 겁니다. 모두가 나를 버렸다고 느꼈을 때,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나에게 모든 게 그대로라는 걸 알게 한 단어 '동시'.     


동시라는 단어는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하나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 즉 우리는 단 한 명도, 단 한 물건도 동시를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는 겁니다. 두 번째 의미는 우리가 나누는 모든 분별이 사실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겁니다. 태어남은 동시에 죽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꽃은 동시에 열매를 품고 있고 어둠은 빛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가난 없는 부 역시 존재할 수 없고, 작은 것 없이 큰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태양은 단 한순간도 우리를 벗어나 존재한 적 없지만, 그림자에 의해 잠시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달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가득 차 있지만, 그림자에 의해 초승달도 되고 보름달도 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모든 사람은 동시에 이 세계에 존재합니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유럽의 관광지에서도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모두 이 시간 동시에 우리는 존재합니다. 동시에 대표이사도 존재하고 사장도 존재하고 진화식도 존재하고 나도 존재합니다. 동시는 이처럼 모두에게 평등합니다. 100살 노인에게도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동시는 평등합니다. 이러한 평등 속에서 우리는 왜 괴로워하는 걸까요? 평등에는 본래 괴로움이 없어야 합니다.      


어느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괴롭힐 수 있는 건 밖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오직 나라는 사실을 말이죠. 동시를 깨닫는 순간 제 사고의 중심은 언제나 지금에 집중되었습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저의 행복에 집중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은 모든 것입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살아갈 수 있는 순간, 동시, 지금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서 가장 급한 일이 용서였습니다. 용서는 그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 지금의 행복한 저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그다음은 감사입니다. 이 순간 살아있음, 이 순간의 한 호흡, 이 순간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을 감사하는 일만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목숨, 생명은 단지 목에 들어가는 한 줌의 공기일 뿐입니다. 나를 살리는 이 한 줌의 공기는 그야말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공기를 존재하게 하는 지구, 태양. 달과 별, 우주 이 모든 것, 그리고 제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을 존재하게 한 그들의 수만 대 조상, 더불어 나를 존재하게 한 나의 수만 대 조상, 그중 누구 하나 이 한 줌의 공기를 들이켜지 않은 사람 있을까요? 그들의 목숨이 지금 우리의 삶을 가능케 했다면 그중 누구를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누구를 미워해야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움도 죄도 없는 겁니다. 그저 그 순간의 인연에 따라 일어났을 뿐이지요.     


이렇게 모든 존재를 용서하고 감사에 집중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은 사랑입니다. 지금이라는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그야말로 기적의 산물입니다. 그 기적 같은 생명과 그 기적 같은 순간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진화식에게마저도 ’ 측은지심 惻隱之心‘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엄마 나 <요즘 뜨는 브런치북> 1등 먹었어!”     


지난해 퇴직하고 사업 측면에서 몇 번의 배신과 친구들로부터의 배신을 경험하면서 제가 선택한 건 바로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술을 끊고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책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고 아마존과 국내 출판사에 전자책 출간을 시작으로 옴니버스 형식의 종이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출판에 더욱 관심이 생겨 현재는 블로그를 통해 11분의 작가를 모집해 두 번째 종이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 블로그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forbidnfruit/223431439580


그리고 우연히 시작한 브런치는 제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작품을 쓸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블로그 글 일부를 복사하여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오기가 생겨 다시 도전하면서 뭔가 특별한 걸 보여주자는 생각에 <미국 주재원의 비극>을 단숨에 3화까지 써서 재도전했고 드디어 작가 승인이 났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품이 A4 용지 130매에 이르는 장편소설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조회 수 급증과 구독자 급등으로 작품이 메인에 오르더니 어떤 글은 한 편의 조회 수가 2만 회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화를 연재할 때마다 조회 수 급증과 함께 응원과 댓글이 이어지며 급기야 마지막 부활 편에서는 <요즘 뜨는 브런치북> 1위의 영광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3월 19일 첫 글을 연재한 이후로 약 4개월간 매주 2회를 연재하는 강행군에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많은 분의 응원에 힘입어, 국내와 해외에서의 많은 일정에도 글을 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더욱더 신기했던 부분은 저도 몰랐던 제 안에 응어리가 너무도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이 글과 함께 그 응어리가 모두 풀려나가는 듯합니다. 과거로부터 더욱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한마디로 속이 시원합니다.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드리며, 더 좋은 글로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꿈을 버려야 꿈에서 깰 것이요, 욕심을 버려야 비로소 채워질 것이다!”      


동시(NOW)라는 하나의 세상(Oneness)을 사는 우리는 모두 하나의 법칙에 따라 평등하게 채워지고 비워지며, 또 태어나고 죽어가며, 또 생성되고 소멸하며 영원히 순환하고 있습니다. 모든 있음의 근원은 없음임을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있고 없음에서 놓여날 것입니다.     


참된 기쁨은 부와 성공의 증식이 아니라 의식의 확장에서 옵니다. 밖에서 얻은 것은 반드시 사라집니다. 모양이 있는 것은 반드시 없어집니다. 내면의 기쁨과 보이지 않는 것의 위대함이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하길 빕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주재원의 비극>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07.12. 천상작가 해원 올림  


Crater Lake

   

이전 03화 5-3. <마지막 화> 진정한 부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