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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May 27. 2024

어린 시절

단편 소설

어린 시절 부유하게 자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친구들이

김호일이 처럼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친구들이 나를 만나려는 이유는

궁핍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

만나자고 해서 막상 만나보면

어려운 환경에서 참고 견디고

오로지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뿐이다.


 일등들의 성공담을

들어준다는 것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린 시절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물론 물질적인 면에서는

그들보다 조금 나았다.


하지만 

늘 2등이라는 틀에 갇혀

마음적으로는 힘들게 살았다.

지금도 일등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평생을 2등 인생으로 살고 있다.


 9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형제가 많아 좋은 점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은 뭐니 뭐니 해도

공부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상위권에 속해 있었지만

 집에서는 형과 동생에게 치여

참 잘했어요 라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내 생일이 지나고

 도회지에서 살고 계신

고모와 작은아버지 그리고 삼촌이

할아버지 제삿날이라고 오셨다.


제사를 지내고 제사상 주변으로 둘러앉아

모든 가족이 식사를 하는 중에~


며칠 전에

우리 둘째 상대 생일이었겠네?

상대 태어나고 3일 만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잖아?

그래서 상대 생일을 기억하지.


그때 날씨가

엄청 추워서 모두들 고생했지~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대도 찬밥 신세였고~


옛날에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먼저였어.


올케도 고생했지 뭐?

3일 만에 몸 풀고

방안에 있는 상대 걱정하랴~

 문상객들 받으랴~


상대가 공부도 잘한다면서?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


누님! 상대도 잘하지만

즈그 형하고 동생에 비하면 조금 떨어져요.

조금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순간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원망스러웠다.

그냥 잘한다고 하면 안 될까?

꼭 저렇게 기를 죽여야 하나?


그때부터 2 등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나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 보는

이상한 나쁜 습관이 생겨버렸다.


사춘기와 겹치면서

매사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모든 또래들이 경쟁 상대로만 보이며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성질도 거칠어지고

동생들도 때리면서

말썽꾸러기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삐뚤어졌던 나를 부러워서

보상 심리 대상으로 삼았다니

웃음만 나올 뿐이다.

나를 부러워했던 친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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