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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Jul 01. 2024

새참

이야기

※새참


새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모내기할 때다.

논두렁에서 먹는 밥은

최고의 맛이다.

보통 한집에 한 사람만 

새참 먹을 때 데려올 수 있다.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었다.

자식이 많은 집은 하루하루

 돌아가면서 새참 때 간다.


우리 동네 모내기 새참 때는

달걀만 한 하얀 알사탕을 주었다.

어머니는 먹지 않고 가져와

알사탕을 쪼개서 자식들한테

나누어주었다.


※오일장


아침부터 엄마는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맞아 오늘이 장날이다.

엄마의 동선을 살펴가며

나도 세수를 하고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아무도 몰래 대문 밖에 

숨어 있는다.

형제가 많다 보니 들키면

엄마 따라 시장에 못 간다.

시장에 가면 맛있는 것도 

먹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아

횡재하는 날이다.

엄마가 장바구니를 들고

대문을 나선다.

그래도 조금 더 숨어 있어야 한다.

시장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

들키면 안 된다.

집에서 시장까지는 1.5Km 정도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가다

500m 정도 남겨놓고는

잽싸게 뛰어가 엄마손을 덥석 잡아야

성공하는 것이다.

엄마는 야단을 치면서도

손을 놓지 않고 데려간다.

나뿐만 아니라

동생들도 이런 수법을 쓴다.

그리고 엄마는 모른 척해주고~

이런 것이 사람 사는 거지 뭐?


4개 면 사람들이 오일장에

모이면 서울의 명동처럼 복잡했다.

어깨를 부딪치며 다녀야 할 정도였다.

그때는 도회지에 일자리도

없고 하니 농촌에서 품앗이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오일장은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장소였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놀고 즐기는 공간이기도 했다.

지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가설극장


면 소재지에 천막을 치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다.

보통 일주일 정도

머무르다 간다.

그때의 선전 멘트는 이러했다.

○,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면민 여러분~


흑백 영화에서

칼라 영화로 바뀔 때는

○, 시네마스코프 총천연색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개봉박두!


우마에 스피커를 장착하고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선전을 하면

모든 동네 처녀 총각들은

저녁에 극장 주변으로 다 모였다.

가설극장 주변은 축제 분위기였다.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극장에 못 들어가도록

출입구 쪽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그래도 뒷문으로 들어간 것을

무용담처럼 자랑하거나

영화 이야기를 하는 애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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