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 만에
처음부터 일이 꼬였다
2022년 9월. 기러기 생활을 선택하고 아들만 데리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났다. 학생비자와 가디언 비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디언 비자는 학생의 보호자 자격으로 취득하는 비자로 부모 한 명만 받을 수 있다. 2023년 1월. 아들 국제학교 입학시기와 남편 취업시기가 비슷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 측에서 학생비자와 가디언비자가 거절되었다. 남편이 말레이시아 취업을 했기 때문에 나와 아들은 디펜던트 비자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디펜던트 비자를 받으려면 먼저 남편의 워킹비자를 받아야 한다. 기러기 생활이 끝난 기쁨도 잠시, 우리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나와 아들은 비자 없이 불안한 생활을 해야 했다.
3개월에 한 번씩 해외여행
말레이시아는 무비자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90일이 되기 2주 전에 주변 국가로 나갔다가 오면 다시 새로운 무비자로 90일간 체류 가능하다. 그러나 한 번만 나갔다가 와도 말레이시아 입국심사 할 때 여권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만약 말레이시아 입국 도장이 많이 찍혀 있다면 여러 가지 질문을 피해 가지 못할 것이다. 그때 불법 체류자가 아님을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2022년 12월. 태국 끄라비
2023년 2월. 인도네시아 발리
2023년 5월. 태국 푸껫
2023년 7월. 싱가포르
이왕 이런 거 여행지에서 즐겁게 놀았다. 하지만 총 4번의 말레이시아 입국 심사를 할 때마다 입국 도장을 바로 받지 못하고 따로 사무실로 불려 갔다. 우리의 상황을 하나하나 증명한 뒤에야 입국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1년 4개월 만에 비자를 받다
2022년 12월. 남편은 6개월짜리 멀티플 엔트리 비자를 먼저 받고 워킹비자를 신청한 상태로 말레이시아로 왔다. 남편의 워킹비자가 언제 나올지 모른 채 3개월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힘들었지만 어차피 해결될 일이니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2023년 9월
남편의 1년짜리 워킹비자를 받았다.
2023년 9월
남편 직장에서 디펜던트 비자를 신청해 주었다.
2023년 10월
디펜던트 비자를 신청했다는 레터를 받았다.
7월 이후로 더 이상 비자여행을 하지 않았다.
2023년 12월
드디어 나와 아들의 디펜던트 비자를 받았다.
1년 4개월(2022년 9월 ~ 2023년 12월)만에 진짜 말레이시아 쿠칭 정착이 시작되었다. 지난 결혼생활 10년 동안 삶이 절망으로 가득했다. 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이 더 많았다. 또다시 말레이시아로 떠나고 나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꽃이 피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 다만 삶의 방향성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조금 더 빠르게 꽃이 필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조금 늦게 꽃이 필수도 있다. 많은 실패로 삶이 더 단단해진 우리의 인생도 드디어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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