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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바 Apr 12. 2024

네? 저 아직 서른일곱인데요?

슬기로운 해외생활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해요


2023년 9월.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한 달 동안 병원 투어를 했다. 나에게 몸이 아프다는 정도는 잦은 두통, 감기 몸살이 전부였다.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6월부터 앞쪽 무릎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닌,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해졌다. 


말차 선생님을 만나다

쿠칭에 이사 온 지 두 달 차. 조용한 날이 없다. 쿠칭 종합병원에 있는 정형외과로 찾아갔다. 오전 8시 30분 오픈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머전씨(Emergency) 카운터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이름, 주소, 여권번호, 전화번호를 적고 접수했다. 쿠칭에서 마주치기 어려웠던 노인분들도 볼 수 있었다. 저마다 옆에 보호자도 보인다. 내 보호자는 남편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나 큰 병이 생겼을까 봐,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별일 아닐 거라며 남편은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고마웠다.


카운터 옆에는 커다란 문이 있다. 누군가 문을 열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어느 한 진료실. 먼저 혈압을 재고 열을 체크했다. 일단 정형외과는 아니었다.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생각이 들고 있는 그때, 의사 선생님은 무릎을 보며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체크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정형외과로 가라고 안내했다. 정형외과 5번으로 갔더니 다시 3번으로 가라고 한다. 진짜 기다림은 지금부터다. 의자에 앉았다. 점점 팔과 다리에 닭살이 돋는다. 말레이시아는 에어컨 때문에 실내가 추운 편이다. 그래서 늘 겉옷을 가지고 다닌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겉옷을 꺼내서 남편과 사이좋게 입었다.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내 무릎을 살핀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X-RAY를 찍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시작된 선생님의 수다. 어딜 가나 첫 질문은 똑같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이번에도 한국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의사 선생님은 말레이시아 차이나 분이었다. 줄여서 말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차 선생님은 한국 청주에서 6개월간 일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를 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X-RAY를 찍으러 1층으로 내려갔다. 양쪽 무릎을 여러 방향으로 찍었다. 다시 말차 선생님을 만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말레이시아 쿠칭 사립병원

슬개골 연골연화증
(Chondromalacia of the patella)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슬개골의 안쪽 연골이 단단함을 잃고 약해지는 증상이다. 주로 슬관절의 앞쪽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만성적인 무릎 통증의 원인으로 육상선수에게 흔히 나타나지만 일반적인 성인이나 노인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퇴골 말단 부위에 슬개골의 지지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슬개대퇴증후군'이라고 한다. 장시간 가부좌로 앉는 자세나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말차 선생님의 세 가지 질문

집안일을 무리하게 했나요?

최근에 운동을 무리하게 했나요?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한 적이 있나요?


슬개골 연골연화증 원인

갑자기 무리하게 운동을 했을 때

허벅지 주변 근육이 약해졌을 때


무릎을 악화시키는 동작

(무릎을 무리하게 쓰는 동작)

산이나 계단 오르기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

오래 의자에 앉아있기

쪼그려 앉거나 양반 다리하기


무릎을 위한 운동

(무릎에 무리가지 않는 운동)

수영이나 평지 걷기

대퇴사두근 주변 근육 운동

대퇴사두근은 허벅지 앞쪽에 있는 근육이다.


말차 선생님은 뼈에도 이상 없고 슬개골도 튀어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결론은 X-RAY 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 나는 허벅지 대퇴사두근 근육이 약해져서 슬개골 연골연화증을 진단받았다.

양쪽 무릎 X-RAY

물리치료 시작과 끝


첫 번째 물리치료 


물리치료는 처음이다. 이번에도 말차 물리치료사다. 누워서 10분 동안 두 무릎에 찜질을 시작했다. 앞쪽 무릎 상태를 체크한다. 물리치료사의 팔꿈치로 허벅지 대퇴사두근 주변 근육들을 풀어준다. 덩치가 큰 남자분이라 힘도 세다. 연거푸 인상을 찌푸렸다. 한 손은 내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은 남편 손을 꽉 잡았다. 미치도록 아프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참아야 한다. 양쪽 허벅지가 빨개진다. 중간에 일어나서 도망치고 싶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40분이 지났다.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나 보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10분 동안 무릎에 젤을 발라서 초음파와 전기 치료를 했다. 진료가 끝났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허벅지 근육 운동을 배웠다. 그러나 아직 나는 동공도 풀려 있었고 정신도 돌아오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서 편하게 치료를 받을 생각이었다. 그날은 충격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다. 양쪽 허벅지에는 멍만 가득했다.


두 번째 물리치료


가기 싫었다. 벌써부터 아프다. 어린아이가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모습, 그게 딱 내 모습이다. 억지로 남편 손에 이끌려 도착했다. 두 무릎에 찜질을 하고 허벅지에 침 치료를 받았다. 손으로 침을 빙빙 돌린다. 안에서 무언가 느껴진다. 그리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주사를 맞은 것처럼 주변이 뻐근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공포의 시간. 물리치료사는 친절한데 그의 팔꿈치는 친절하지 않았다.


"아아아아악"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출산하는 고통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아프다. 끝나고 다른 허벅지 근육 운동을 배웠다. 물리치료 시간이 공포스럽기만 하다.


세 번째 물리치료까지만 받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나는 나이를 안 먹을 줄 알았다


2023년. 내 나이 서른일곱이었다. 무릎이 벌써부터 고장 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건강은 나와 상관없는 말인 줄 알았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조금씩 눈가에 주름도 보이고 기미도 생겼다. 이제는 새치가 아니라 흰머리가 보인다. 꾸준히 염색을 하지 않으면 흰머리가 보인다. 나도 조금씩 노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강을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공원에서 걷기

헬스장에서 걷기

영양제 챙겨 먹기

수영장에서 수영하기

허벅지 근육 운동하기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건강하게 사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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