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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바 Mar 30. 2024

페티예 패러글라이딩을 도전하다

세계 3대 명소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패러글라이딩이다. 2011년도에 SBS에서 방영한 김선아 주연의 『여인의 향기』 드라마는 극 중에 김선아가 이연재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여행사에서 34살의 말단 직원으로 쉬지 않고 십 년간 일했다. 이연재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20가지를 적는다. 투병 중에도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루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세계여행을 결심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 직장이 아니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 적이 없었다. 드라마를 보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나서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던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야간 버스 타고 페티예로


나는 이스탄불을 떠났다. 이스탄불에서 동행을 같이 했던 지영 언니와 건우 오빠와도 헤어졌다. 이제부터 진짜 나 혼자 여행이 시작되었다. 폐티예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탔다. 이동 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숙박비를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인은 나 혼자다. 분명 이스탄불 공항에서 한국인이 보였는데 다 어디로 간 걸까? 나만 그런 걸까. 아직은 여행 초행길이라서 한국 사람만 보여도 의지가 되었나 보다. 내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목베개를 배게 삼아 의자에 몸을 뉘었다. 이럴 땐 키가 작으면 유리하다. 이동하는 시간에는 잠시 긴장 풀고 잠을 청한다. 그때의 나는 젊었다. 몸은 고생해도 체력으로 버틸 수 있었던 스물여덟. 불편해도 모든 게 다 경험이었다. 잠을 자도 자도 버스는 여전히 달렸다. 동이 트고 어느새 아침 햇살이 창가를 비춘다. 지루한 시간은 MP3로 음악을 들으며 달래 본다. 노래는 《틴탑 - 긴 생머리 그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전 10시.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 정류장을 나가는 길은 혼돈의 카오스였다. 숙소와 택시 그리고 패러글라이딩까지 다양한 호객행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숙소는 예약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가장 저렴한 호스텔로 3박을 예약했다. 도착한 날은 별거 안 했다. 숙소 주변에는 뭐가 있나 돌아다녔다. 시장으로 가면 체리가 저렴해서 배고픔을 과일로 채웠다. 장시간 이동으로 일찍 숙소에서 쉬었다.


하늘을 날면 어떤 느낌일까?


욜루데이즈라는 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날이다. 페티예 패러글라이딩은 세계 3대 명소로 꼽힌다.


패러글라이딩 세계 3대 명소

스위스 인터라켄

튀르키예 페티예

네팔 포카라  


출발하기 전에 사무실에서 이름, 여권번호, 생년월일, 메일주소를 적었다. 밖에는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차를 타고 산 꼭대기까지 가야 한다. 차 안에는 호주에서 온 스물다섯 살 케빈이 있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케빈은 시드니에 사는데 학교 방학이라서 놀러 왔다고 했다. 나와 다르게 케빈은 신나 보였다. 험한 길을 굽이 굽이 40분 정도 올라간다. 생각보다 높다. 그 높이는 한라산 높이인 1,900m.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미 내 머릿속에 버킷리스트는 잊고 있었다.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케빈은 긴장한 내 얼굴을 보고 "You can do it"이라고 말한다.


'그래. 이 순간을 즐기자!'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전에 장비도 착용하고 사진도 찍는다. 애써 미소를 지었다. 내 차례다. 마음의 준비 따위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뒤에 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뛰어내려야만 한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는 법은 뒤에 있는 파일럿이 "RUN"이라고 말하면 나는 앞으로 계속 뛰면 된다.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때 좌석에 앉으면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다. 별거 없다. 파일럿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나는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이러다가 떨어지면 어쩌지?'


무서운 상상을 하고 있을 때 파일럿은 내 이름을 부른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괜찮냐고 물어 봐주기도 하고 스마일이라고 말하면 예쁘게 사진도 찍어주었다.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이제야 느껴본다. 생각보다 하늘을 나는 느낌은 평온했다. 흔들림이 많이 없어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가장 눈에 먼저 보인 것은 바다다. 하늘 위에서 푸른 바다색을 본 적이 있던가? 비행기 안도 아닌 나는 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이 아름다운 관경을 보고 있다.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탄했다.


"와!!!!!!!!!"

하늘을 날다
패러글라이딩에 반하다

25분 정도 탔다. 짧지만 긴 시간. 몇 분이나 지났을까. 파일럿은 패러글라이딩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아래로 내려갈 건지 아니면 이대로 내려갈 건지를 물어보았다. 얌전하게 내려갔다. 지금 이대로가 좋았다. 그제야 왜 페티예가 패러글라이딩 세계 3대 명소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사히 땅을 밟았다. 안전하게 왔다는 기념으로 파일럿과 함께 말춤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BTS가 유명하다면 2013년에는 싸이가 유명했다. 그 당시에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어딜 가나 강남스타일 말춤 동작을 했다.


인생의 첫걸음


나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 스물여덟까지 부모 결정에 따라서 인생을 살아왔다. 혼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도전하는 일은 패러글라이딩이 처음이었다. 나 스스로 선택하는 일은 꽤 즐거웠다. 패러글라이딩 도전으로 나는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패러글라이딩 하길 잘했다.

긴장한 듯 안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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