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화수집 11화

모닝똥 안돼!

화신이 성격 파악

by 눈항아리

화신이는 부끄럼을 탄다. 같이 가자니 도망이다. 날래게 도망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더니 첫째 보글보글 머리끝에 앉았다. 한쪽은 삐죽 솟아오르고 한쪽은 푹 찌그러져 떡진 곱슬머리 뭐가 좋다고. 덕지덕지 붙은 눈곱을 비비며 물을 마시러 가는 복동이. 게슴츠레한 눈이 쭉 째졌다.


7시부터 알람이 울렸건만 30분이 훌쩍 지나도 깨우지 않는 엄마. 왜 밥을 안주냐는 원망의 눈초리로 빠직! 째려본다. 아빠 병원 예약이 잡혀있는 날이라 엄마 차를 타고 등교를 해야 하는데 엄마는 태평이다.


어제 화신을 마주하고 놀란 엄마는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노릇을 한다던가 머리 제일 큰 녀석이(실제로도 부풀어서 머리가 제일 크다) 조용한 엄마를 대신해 지휘를 한다.


“다 일어나!”


“밥 먹어!”


“안 일어나?”


“빨리 먹어!


“씹어 먹어!”


”그만 먹고 씻어! “


”옷 빨리 안 입어! “


”안 데리고 간다? “


급기야 지휘에 진이 다 빠진 아이 아빠에게 자신을 학교에 태워주고 병원에 가란다.


복동이는 등교시간을 목숨과 같이 여긴다. ‘개근거지’ 이런 말은 모른다. 얼마 전 ‘개근거지’를 아냐고 물어보니, 등교를 안 하면 점수가 몇 점 감점, 지각을 하면 몇 점 감점이라는 둥의 말을 한다. 공부를 해서 점수 올릴 생각은 않고 등교 시간에 목을 매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복동이에게 시간 엄수는 생명과도 같은 규칙이다. 오늘도 골인을 위해 득달같이 동생들을 다그치지만 소리를 지른다고 아이들이 움직일 리가 있나.



화신이와 함께 어울리며 조급해하는 아이에게서 매일 아침의 내 모습을 보았다. 참 가엾다. 쓸데없는데 힘 빼고 뭐 하는 거냐.




꼬마 둘을 서둘러 챙기고 집안 정리도 마무리하고 복동이를 다독였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화신이가 아니다. 단정하게 드라이한 뽀글 머리 꼭대기에 앉은 화신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복동이를 데리고 가 화장실 문 앞에 섰다.


“모닝똥 안돼!”


화장실에 들어가 앉은 둘째 복이에게 외친다.


모닝똥이 하루의 시작인 아이는 화장실에 들어가 대답이 없다.


“얼른 나와! 오늘 모닝똥 안된다고 했지?”


때가 되면 나오는 덩어리를 어쩌란 말인가. 생리 현상도 무시하는 화신이 녀석 참 팍파하다. 급기야 화장실 문을 열고 재촉을 해댄다. 평소보다 빠르게 화장실에서 끌려 나온 복이 얼굴이 잔뜩 구겨져 있다.


“밖에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 빨리 나오고 싶겠어?”


싸움을 붙인 화신이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다. 고 녀석 웃는 걸 참 좋아라 한다.




조수석에 앉은 첫째 복동이와 그 뒤에 앉은 둘째 복이 학교로 가는 내내 티격태격이다. 형이 놀리면 동생은 형의 풍성한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복동이는 두 손으로 부푼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앞으로 숙인 채 말한다.


“내리면 가만 안 둬!”


참 잘들 논다.


서로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 말꼬리를 잡고 물어지는 억지 논리, 놀림, 비난, 욕설, 짜증 모두 튀어나온다. 중3, 중1 사춘기 소년들의 다툼이 한편 귀엽다. 아이들의 장난 섞인 다툼 속에 피어나는 형제애. 그래 너희들이 사춘기로구나.


화신이는 사춘기 아이들을 좋아한다.


화신이의 성격 파악

화신이는 부끄럼쟁이다.
화신이는 개구지다.
화신이는 호기심이 많다.
화신이는 상황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화신이는 썩소를 좋아한다.
화신이는 사춘기 아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화신이는 아직 엄마를 제일 좋아한다.


keyword
이전 10화화신을 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