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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l 17. 2024

고기 요리 성공 심취

초록은 동색이 아니었던가. 나뭇잎도 초록이고 들풀도 초록이고 산마다 싱그러움이 넘치는 초록 여름이다.


그런데 초록 국물은 왜 이미지가 이 모양일까. 마녀가 끓이는 항아리에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끓고 있을 것만 같은 초록색 정체불명의 마법 물약. 그것을 마시면 초록 괴물이 될 것만 같은 끔찍한 느낌이다.


심혈을 기울여 오랜만에 만든 등갈비 요리는 싱그러움을 머금은 초록 빛깔이라고 우길 수 없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초록 액체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그랬다. 그리하여 뿌린 마법의 가루, 고춧가루 한 숟가락. 그것은 정말 마법과 같은 효과를 냈다. 꼬마들도 같이 먹으려고 간장 양념으로 끓이던 터라 많이는 넣지 못하고 소심하게 고춧가루 한 숟가락 정도는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초록과 빨강이 섞이면 무슨 색일까? 그것은 맛깔나지는 않지만 고기 색이다. 초록을 조금 닮은 그러나 고기 색에 가까워지는 등갈비찜. 주부의 바람이 지극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 고기와 비슷한 색깔로 이끌었을까. 천연농약, 유기농 고춧가루의 마법과 같은 효과 덕분일까. 맵지는 않으면서 깔끔한 뒷맛까지 지켜준다.


불량 주부 노력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초록파 듬뿍 온갖 야채 양념 범벅 등갈비찜’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색깔 변한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맛은 그럭저럭 간장맛이나 초록을 없애겠다고 고심하며 푹 끓인 덕택이다. 살코기가 홀홀 벗어지니  고기 씹기 힘들어하는 달복이도 뼈를 세 개나 발려 먹었다. 불량 주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시간과 정성이 성공적인 요리를 만든다.


앞으로는 파는 초록 이파리 대신 하얀 부분을 넣기로 하자. 요리에서 색감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초록 국물은 절대 안 된다. 못 먹을 색감이다.


조금 부족한 성공에 힘입어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요리 중인 불량주부.


냉동 닭꼬치 활용 닭볶음

밭에서 직접 캐온 햇감자, 아침에 터널에서 따온 아기 맷돌호박, 양파, 당근, 파를 커다란 깍두기 크기로 썰어 넣고 간장, 설탕을 넣고 자박하게 물을 부었다. 감자가 익어갈 무렵 고춧가루 두 숟가락을 넣었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꺼낸 매콤 닭꼬치를 데워 입수시켰다. 냉동 닭꼬치의 요리와 같은 변신. 자작한 빨간 국물에 폭 익은 야채를 한 국자 떠 밥과 함께 비벼 먹었다. 꿀맛이다.


간장 양념 돼지갈비 야채 가득 찜

지난번에는 마트표 냉장 되지갈비를 한 팩 사 왔다. 간장 양념되어 있어 구워주면 꼬마들까지 쌈을 싸서 알차게 먹는 효자템이다. 그런데 구워 먹으면 고기 기름냄새로 온몸 샤워할 각오를 해야 한다. 안 그래도 반찬 내가 몸에 엉겨 붙은 게 싫어 모자 위에 수건을 하나 더 두르고, 카페 앞치마 위에 주방 앞치마를 하나 덧입는다. 그렇게 방비를 해도 왜 늘 주부에게는 밥과 반찬 냄새가 나는 걸까. 여하튼 굽기 말고 끓이기가 좋다. 옆에서 집게로 뒤집어 주지 않아도 되고 탈 걱정을 줄일 수 있다. 건강에도 더 좋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간장양념 돼지갈비 한 팩을 커다란 냄비에 쏟아붓고 간장 국물은 반만, 대파 세 뿌리, 마늘, 고추 하나, 양파, 당근, 양배추, 호박까지 나박나박 썰어 넣었다. 뚜껑을 닫고 센 불에 끓이다 보글보글 오르면 불을 줄여 폭 끓인다. 중간에 기다란 고기를 가위로 숭덩숭덩 썰어주고 감자를 커다랗게 썰어 넣고 계속 끓인다. 국물이 자박해지면 끝! 기름진 고깃국물 뚝뚝 떨어지는 돼지갈비찜 완성! 쌈 싸 먹으면 그만이다.


둘이서 하나 뜯는 삼계탕

복날에는 닭을 삶았다. 마늘, 파를 넣고 푹 삶아 먹었다. 남편과 둘이서 한 마리가 풍족했다. 감자도 두 개 넣어 끓여 먹었다.


돼지 앞다리 볶음 + 3종 쌈

엊그제는 돼지 앞다리를 볶았다. 온갖 애정 야채를 넣고 푹 끓였다. 매일 볶고 지지다 보니 그 양념이 그 양념이고 그 야채가 그 야채다. 시간이 없으면 김치에 고기 넣고 볶고 시간이 넉넉하다면 살아있는 야채를 선택한다. 앞다리는 기름기가 적어서 그런가 입맛에 맞았다.


매끼 고기반찬을 주문하는 어린이들. 고기를 즐기지 않는 주부는 매번 대충 끓여 간도 안 보고 식탁에 올린다. 그런데 그날은 쌈이 얼마나 맛있는지 쌈을 먹느라 고기를 한 그릇 다 비웠다.


그러곤 배탈이 났다.


급체를 하였는지 식은땀으로 온몸을 샤워하고 얼굴이 하얘져 둥둥 떠다녔다. 체기도 참 오랜만이다. 그런데 하룻저녁 고생하고 또 말짱하다. 엄살도 많은 사람이었는데 급체한 것치곤 약도 안 먹고 너무 멀쩡하다. 불량 주부가 아니라 정말 박력 주부 맞는 것 같다. 아침 속을 비우고 점심은 소식을 하였더니 저녁이 되자 배가 고팠다. 박력 주부를 넘어 막강 주부다.


주부는 강하다.


고기 요리 성공에 심취하여 마구 쌈 싸 먹다 배탈 난 주부는 뱃속 안정을 위해 오늘 하루 고기반찬을 피했다. 그리하여 준비한 요리 소시지 부침. 남편이 골라온 어린이 반찬이다. 기다란 핑크 소시지 하나를 모두 부쳐, 저녁 한 끼에 소시지 하나를 먹었다. 토마토케첩을 듬뿍 뿌려 먹었다.


이제는 막 가는 불량 주부. 우선은 먹고 보자.


소시지 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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