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복이의 소풍날이다. 레고랜드에 간다. 한껏 들뜬 아이는 평소 보다 일찍 일어났다. 7시 40분까지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다. 혼자 스스로 알람도 없이 이부자리에서 정말 벌떡 상체를 일으키고 섰다. 그러곤 바로 거실로 튀어나가 시계를 확인한다. 소풍 기상 효과가 매일 아침 시간에 나타나면 좋겠다. 복실이도 오빠의 소풍에 감정 이입이 되어 덩달아 일찍 일어난다. 자신도 안 자고 있다나? 가물가물 가자미 눈을 뜨고 말한다.
달복이는 최소한의 밥을 바람과 같이 빠르게 먹었다. 바람과 같이 대충 훑으며 입과 얼굴을 씻은 다음 가방 두 개를 챙긴다. 핸드폰과 지갑이 든 가방은 가슴에, 간식 가방은 등에 멘다.
그동안 복실이는 눈을 감고 엉금엉금 기어 나와 밥상머리에 누웠다. 춥다더니 금세 사라졌다. 거실 소파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달복이는 그 사이 엄마와 사랑의 포옹을 하고 아빠 차를 타고 떠났다. 복동이도 함께 떠났다.
얼마 후 학교 가는 시간에 맞춰 남은 아이 둘을 깨웠다. 눈을 뜬 복실이는 달복이 오빠를 찾는다. 오빠는 떠나고 없는데? 아이는 대성통곡을 한다. 오빠랑 같이 갈 것도 아닌데 왜 우는지 도통 모르겠다. 자신도 일찍 일어나 뭔가 할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울다 더 늦어진 복실은 엄마라는 로봇 팔을 대신 사용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옷이 입혀지고 양치가 시켜졌다. 로봇이 되어버린 엄마는 안아주지 않는다. 다독여주는 엄마가 없어 심술이 단단히 났다.
그렁그렁 눈물방울을 달고 차에 올랐다. 안 늦어도 늦었다고 투덜대는 복이와 울보 복실이를 싣고 간다. 이런 조합은 생소하다. 마음을 다스리는 날인가 보다.
차창에 물기가 어리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밤이슬이 햇빛을 받아 공중으로 날아가려다 말았다. 좌우 사이드 미러도 안개 낀 것처럼 뿌옇다. 수건으로 깨끗이 닦았다. 앞 유리창은 와이퍼로 닦았다. 와이퍼가 들떴는지 그래도 물기가 남는다. 유리창 안쪽 면을 수건으로 한 번 더 닦았다. 정면에 눈높이 즈음 창밖으로 물기가 주먹만 하게 남았다. 바깥의 물기는 달리며 서서히 없어진다. 그러나 요즘 같이 온도 차가 있는 날이면 아침에도 밤에도 차 안 유리에 김이 서린다. 앞도 옆도 막막하고 마음도 먹먹하다. 앞유리 열선 버튼을 누르고 사이드 미러 열선도 켰다.
출발이 늦어지자 복이가 투털이로 변신할 준비를 한다. 조수석에 앉아 한숨 연발이다. 늦지 않았지만 늦었다고 하고, 무언지 모르지만 불만이 한가득이다. 아이의 입에서 연달아 한숨이 튀어나오자 성질이 난 어 머 니.
“넌 뭐가 잘 안 풀려 습관적으로 한숨을 쉬는 거겠지만 옆에서 계속 듣는 사람은 뭔가 계속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단다 얘야. 주절주절 주절. ”
일절만 했으면 깔끔했을 텐데, 5절까지 하고 되려 복이에게 한 소리 듣는 못난 어 머 니. 어 머 니 는 그제야 잘못을 깨닫고, 입을 닫고, 조용히 유리창만 보고 운전을 했다.
달라면서 서서히 투명해지는 유리. 유리창에 남아있던 물방울 하나도 어느 순간 바람에 그랬는지 태양빛에 그랬는지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그 한 방울이 복실이가 달고 탄 눈물 방울 같아 아침부터 마음이 안 좋았는데 사라지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투덜이 복이와 울보 복실이의 조합은 힘에 겹다. 짜증 구름을 유리창에 뿌옇게 얹고 차 지붕에도 눈물 방울 범벅이된 밤이슬을 한 가득 이고 운전하는 것 같다. 복이를 내려주고 우여곡절 끝에 복실이도 교문으로 들여보냈다.
오늘도 동네 한 바퀴를 휘이 걷고 출근했다. 마음이 무거우니 하늘도 무거운 비구름을 가득 드리우고 있는걸까. 하늘이 무거우니 마음이 영향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구름을 떨어 내자. 오늘은 ‘대체적으로 맑음’ 이라고 일기 예보에서 그랬다. 짙은 회색빛 비구름과 어두운 가을 들판을 ‘선명하게’ 편집 버튼 하나로 생생하게 살려냈다. 눈에 담은 것만 보이는 게 아니라 사진에 담은 것도 오래오래 남는다. 날씨가 우중충한 날엔 ‘선명하게’ 그리고 노출을 살짝 조절하면 된다. 흐린 아침의 마음을 맑게해준 핸드폰 사진 편집술에게 감사하다.
복실이 어린이도 할 수 있는 핸드폰 사진 편집술이다. ‘복실아 얘야, 마음도 그렇게 편집해서 엄마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만. ’
생각해 보니 복실이는 아직 멀리 학교 소풍을 간적이 없다. 매번 오빠들이 현장학습 가는 날이면 저기압이다. 과자도 들고 음료수도 싸들고 용돈도 챙겨 소풍간 오빠가 부럽나 보다. 복실아 무럭무럭 커라. 네 앞에 가을 들판의 배추만큼이나 많은 소풍의 날들이 펼쳐져 있단다.
그런데 복아 너는 왜 저기압이냐. 너도 소풍가고 싶으냐? 레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