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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Nov 21. 2024

그들의 세계를 지켜보다

집에 가자고 보채는 아이들은 없다. 엄마의 퇴근이 늦어지고 있었다. 꼬마들은 알아서 유튜브를 보며 깔깔거린다. 큰 녀석들은 핸드폰에 얼굴을 박고 있다. 가끔 간식을 먹고 널어놓는다.


아이들은 잘 놀고 있는데 나만 혼자 마음이 바쁘다. 퇴근하는 길 차에 탔는데 앞치마 차림이다. 아이들은 서두르지도 않는데 나만 서두르며 얼른 가자고 했다. 앉아서 끝까지 영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녀석도 있었는데 나는 왜 앞치마를 벗어 둘 새도 없이 급했을까.


차에 타자마자 복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켜고 귀에 스피커를 갖다 댄다. 뒤에 탄 복동이에게 뭐라 물었는데 대답이 없다. 귀를 막고 있어서 안 들리는지 재차 물어도 대답이 없다. 엄마와 얼굴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차에서 잠깐 동안 핸드폰을 보지 말자고 하는데 그걸 못한다. 이어폰을 귀에 꽂지 말라니 그럼 어디에 꽂느냐고 되묻는다. 엄마랑 얘기하는 시간이 길까, 음악 듣는 시간이 길까 묻는다. 어이가 없다. 아이들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는 시간, 안 보고 안 듣는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닐까. 그놈의 핸드폰을 어디에 감춰버리고 싶다.


곧 복동이와 복이의 이야기 잔치가 시작된다. 엄마인 나는 모르는 잔치에 뻘쭘하니 운전사 노릇만 한다. 아는 단어는 롤드컵. 이건 여러 번 들어서 안다. 아이들은 롤 게임을 한다. 제우스인지 하는 녀석이 한화로 갔다고 했다. 중학생 아들 녀석 둘의 게임 이야기가 화기애애하다. 나는 모르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었다. 귀를 막고 엄마 소리를 차단하던 아이들이 롤드컵 이야기에는 둘만의 오고 가는 통로를 만든 듯 자유롭게 이야기를 했다. 복이는 학교 예술제 때 롤드컵에 나갈 거라고 했다. 얻어 들은 말들이 많아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 엄마는 아들 둘 옆에서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얘들아 너희들의 게임 이야기가 중한 줄은 알겠다. 그런데 엄마도 있잖니. 셋이 있을 때 둘만 아는 이야기를 하면 한 명이 기분이 안 좋단다. 셋 다 아는 이야기를 하렴.


깜깜한 시골길을 달린다. 이른 겨울을 맞아 재즈풍 캐럴송이 복이의 핸드폰에서 나온다. ‘아 흰 눈 사이로 아 썰매를 타고 아 달리는 기분 ~’ 속으로 재즈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복이는 재즈풍 피아노곡도 좋아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건지 차에서 음악이라는 핑계라도 대며 핸드폰을 들고 있고 싶은 건지 복아 너의 진심을 엄만 도무지 모르겠다.


핸드폰을 놓아라. 얘들아.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계가 허상이 아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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