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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멈추면 세상이 멈춥니다

by 눈항아리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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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갠다고 집안일이 획기적으로 줄거나 바뀌지 않는다. 개기와 정리, 세탁은 별개의 일이기도 하다. 빨래는 개도 개도 끝이 없고 세탁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정리는 해도 해도 엉망이다.

빨래라는 작은 영역에서도 그런데 살림 살이의 전 영역에서 보자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작은 일을 하고 커다란 기적이 일어나길 은근 기대했다. 그런 걸 도둑놈 심보라고 하는 걸까?

살림이 그리 녹록지 않다. 적은 일을 하면 작은 행복을 준다. 작은 행복을 모아 큰 행복으로 만들려고 발버둥 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소파 위 빨래를 치우는 ‘태산을 옮기다’ 프로젝트의 파급력이 ‘퍼져라 퍼져라’ 노래를 불러도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은 내 손과 발, 주부의 몸이 안 움직이면 살림 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만으로 안 되는 것이 살림이고 세상일이다.

생각하라. 그리고 움직여라.

움직이는 것 손 까딱하는 것으로 빠르고 쉽게 일을 끝낼 수 있는 빨래는 도대체 왜 밀리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빨래와 세탁기 건조기가 합심해 시간차 공격을 한다. 내 몸이 움직이기 싫은 건 뭐 늘 그렇다.

복이가 집에 오기 전에 빨래를 했다. 복이의 체육복 바지를 못 빨았다. 빨래의 시간차 공격이었다. 세탁 후 건조를 해야 한다. 건조기도 돌아가고 있다. 1시간 남았다. 세탁기와 건조기의 합동 공격이다. 시간이라는 녀석을 교묘하게 이용해 주부를 공격하는 녀석들 고단수다.

상대의 공격 방법을 알아챘으니 이제 방어책을 궁리해 봐야겠다. 이미 세탁기가 다 돌고 건조기 시간이 남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 첫 번째 세탁을 마치고 건조기를 돌린다. 두 번째 세탁은 세탁 시간이 긴 것으로 고른다. 예를 들어 삶음 세탁, 이불 빨기 등을 시전한다. 세탁과 건조 시간이 얼추 같아지도록 해 주부의 움직임과 기다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늘도 주부는 살림의 작은 세계, 옷 빨아 입기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궁리 저 궁리해 본다.

세탁과 건조가 버튼 하나로 해결되는 세상이다. 손가락 한 번 움직이는 것도 요령이 필요한 세상이다. 그리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탁기도 건조기도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면 돌아가는 세상, 내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난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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