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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성취감이 중요

by 눈항아리 Mar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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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나갔다 가게 마감 시간이 넘어 퇴근하는 나는 일하는 주부입니다. 집에 오면 10시가 넘지요. 퇴근 후 아늑한 우리 집에서 오손도손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편안하게 쉬기를 바랍니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당신 집에서 쉬어라? 그렇지가 않더군요.

퇴근 후 고단한 몸을 씻고 누이고 싶은데

퇴근 후 씻겨야 할 아이가 아직 하나

퇴근 후 씻으라고 잔소리해야 할 아이가 셋

차례로 줄줄이 씻고 잠만 자면 그나마 나을까요?

퇴근 후 방구석에 이불이 잔뜩이라면

퇴근 후 설거지통에 설거지가 그득 이라면

퇴근 후 세탁물은 물론 정리해야 할 빨래가 쌓여 있다면

퇴근 후 종일 집은 비어있었고 창문은 꼭꼭 닫아두었는데 먼지는 왜 쌓이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지요.

퇴근 후 가족들이 벗어 놓은 옷은 또 쌓여 새로운 산이 됩니다.

모두 다 할 수 없으니 하나만 하자 마음먹고 눈 딱 감고 빨래만 열심히 개고 있습니다.

소파 위에 쌓이는 빨래라도 개 보자고 시작한 프로젝트 ‘태산을 옮기다’

그런 프로젝트를 한다고 집안일이 줄어들거나 가족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어 일이 확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빨래 개기 하나 하면 그 효과가 모든 살림에 적용되어 척척 사라질 줄 알았지요.

쌓이면 쌓였지 줄어들지 않는 집안일,

표는 안 나고,

안 하면 확연히 표가 나는 이상한 집안일.

나가서 일하고 들어와서도 발뺌할 수 없는 주부라는 타이틀, 내려놓을 수 없는 번듯한 직함입니다.

모두 다 할 수 없는 일을 왜 하늘은 나에게 내려주신 것일까. 원망해 봐도 소용없습니다. 그저 사는 게 바빠서 닥치는 대로 살뿐입니다.

그런데 매일 이렇게 소파 위의 빨래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로운 물음이 생깁니다. ‘하늘이 나에게 이 일을 다 하라고 내려주셨을까? ’하는 물음이지요. 내가 다 하지도 못하는 일을 왜 내려주셨을까? 나눠서 하라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적당히 하고 살라고?

매일 죽을 만큼 일하라고 집안일을 내려주지는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집을 꿈꾸고 있으니 말입니다. 일하고 집에 들어와 엉망인 집에서 쉴 수 없으니 말입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매일 계획에 청소, 빨래, 밥 하기, 설거지가 빼놓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하루 일정을 세우고 일거리를 지워 나가며 성취했다고 자만했지요. 그러나 반복이 되니 별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성취감이란 목적한 바를 이루어야 느끼는 감정인데 매일 재생산되는 집안일이라 그 감정이 지속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나라는 주부는 집안일에서조차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취에 목마른 자를 봤나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입니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매일 소파를 찍어 인증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빨래를 개면 성취감 백배 충만합니다.

집안일이란 욕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시간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매일 풀 근무하는 저로서는 밀리고 쌓이고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집안일을 했다’ 거나, ‘나도 살림 잘 사는 주부다’라는 느낌을 느끼며 살고 싶은가 봅니다. 사람의 욕구가 그런 걸까요? 성취감이 필요하다면 작은 부분을 크게 부풀려 ‘나도 했다, 노력하고 있다’의 느낌을 스스로 충분히 누려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말입니다. 빨래 개기라는 작은 일도 내가 크게 생각하고 매일의 성과를 쌓아가니 가족들이 그 공을 알아봅니다. 결과적으로 혼자 하는 매일 인증이 표 안 나는 집안일을 눈에 보이게, 표 나도록 만들어 준 셈입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지만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 나도록 주부의 일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일까요? 저 잘하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집은 잘 굴러가느냐? 늘 엉망으로 잘 굴러갑니다.

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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