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대의 바람소리

30년 전의 일기

by 자봉

1997년 3월의 어느 일요일 새벽, 창틈으로 스며드는 새벽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분명 봄의 기운이 섞여 있었다.

나는 머리맡에서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오랫동안 마음먹었던 일을 실행에 옮기는 날이다. 바로 이제 막 일곱 살이 되어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커다란 문턱 앞에 서 있는 어린 딸아이와 함께 관악산에 오르기로 한 날이다.


"우리 강아지, 일어나야지? 아빠랑 산에 가기로 했잖아."

이불더미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작은 몸짓이 못내 가여웠지만, 나는 아이의 통통한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잠투정을 부릴 법도 한데, 아이는 '학교'와 '산'이라는 단어에 담긴 설렘 덕분인지 이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배낭 속에 물 한 병과 사과 ㆍ컵라면을 챙겨 넣는 나의 손길에는 설렘과 걱정이 교차했다.


이 작은 아이가 그 험한 연주대까지 제 발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단순히 등산의 경험을 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아이가 마주할 수많은 '오르막길'에서 꺼내 볼 수 있는 든든한 아빠의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자봉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상생활들을 글로 표현해 보는 소소한 시민입니다

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고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