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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yu Aug 13. 2024

굿바이

 노트북과 이별할 시간이 왔다.


3년 전에 구입한 노트북이 1년이 지나자마자 문제를 일으켰다. 무상 as기간이 지난 뒤였다. 블루 스크린의 문제로 윈도우 재설치했다.  뒤에도 모니터 화면 교체로 수 십만 원이 수리비로 나갔다. 


노트북을 함부로 다루거나, 떨어뜨린 적도 없는데, 서비스센터에 들고 갈 일이 자주 발생했다.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하자 제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얼마 전, 다시 노트북 수리를 맡겼다.

서비스 센터에서 하드교체를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맡겼는데, 그 이튿날 기사님이 연락 와서 막상 열어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메모하지  않으면 듣고도 잊어버린다.) 요지는 수리비가 예상했던 보다 더 큰 비용이 발생할 것 같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더 드냐고 묻자, 오십만 원이라 했다.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새로 사는 게 더 싸게 먹힐 것 같았다.

120만 원 (할인가) 주고 산 노트북에 이미 수리비가 30 원 넘게 들어갔다. 수리비만 거의 돈 백 가까이 날리게 생겼다.

나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그 이튿날 노트북을 찾아왔다.


집에 들고 와서 노트북을 켜자, 어쩐 일인지 블루스크린 문제없이 바탕 화면이 생성되었다.

당분간, 글쓰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AS를 맡기면서 노트북은 완전 초기화되어서 인터넷과 휴지통 두 개만 바탕에 남아 있었다.

완전히 다 비워낸 노트북은 비록 일시적이겠지만, 기력을 회복했다. 그간 내게 미안했는지, 생의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주었다. 힘들면 반나절, 하루 까물 쳤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미우나 고우나 글쓰기의 어려웠던 시간, 좋았던 순간을 함께해 준 노트북이었다. 하지만 쉽게 가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노트북만큼이나 나도 쉬고 싶지만, 해오던 작업을 미룰 수 없었다.

나는 한글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온라인 채팅에 접속해서 한글 찾아 달라고 하니, 구입처 화면을 띄워준다. 결제 금액이 나오자,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한글 찾는다고 했다. 상담원은 한글 사이트에 들어가서 계정을 쳐보라고 한다.

구입처에서 다른 계정으로 한글을 깔았던 게 기억났다.


나는 결국 노트북을 구입했던, 대리점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구입하고 1년이 지나자, 수리 비용만 수십 만 원 정도 든 하자품을 판매한 대리점에 항의라도 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가는 길에 서비스센터에 들러 내 노트북 수리 내역서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수리기사 원칙상 안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 내 핸드폰으로 찍어 가겠다고, 좀 억지스럽게 나오자, 는 마지못해 수리 내역을 직접 입력해서 작은 종이에 출력해 주었다.


1차 수리, 블루스크린 발생으로 원도우 재설치.

하드교체도 추가되어 있다.

2차 수리는 LCD 패널 교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모니터 화면 교체와 같은 건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3십 만 원 내외로 들었다.

최근 3차 수리에서 2년 만에 하드교체는 두 번째였다. 그것도 무상 as  기간이 지난 뒤다. 자세한 내역 같은 건 없고, 하드 교체가 아닌 다른 수리 비용 50만 원에 고객이 포기했다는 내용만 기록되어 있다.


내역서를 들고 대리점에 갔다.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사과라도 받고, 최소한 한글이라도 건지자는 뒤늦은 억울함에 행동력도 더해진다.


넓은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남자 직원이 친절하게 다가왔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곳저곳 뛰어나다느라 지쳐서, 분노도 한 김 빠진 상태였다.

여기서 구입한 내 노트북을 보여주며, 그동안 수리했던 내역, 불만사항을 따다다 쏟아냈다.  

그리고, 3년 전에 깔아준 한글 제품 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직원은 내 말을 다 흡수하지 못한 채 예의상의 미소조차 피로감이 잔뜩 묻어났다.

"한글 까는 건 아주 쉬워요. 이런 사소한 거 들고 와서 해달라고 억지 써면 안 됩니다."

이때껏 내가 한 말 제대로 듣긴 한 건가. 

서로 의사소통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직원은 친절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지, 한컴 사이트를 띄어 주며 내 계정을 치라고 한다. 또 했던 말을 반복하게 만든다.

내가 한글을 직접 구입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구입 내역이나, 계정이 없지 않냐,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직원은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그 후로 진상고객으로 태세 전환한다.

"여긴 노트북 파는 곳이지 그런 걸 서비스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는 내 억지스러운 태도에 꽤 열받았는지.

진열대 아래 스랍장을 열어서 한 참 무언가를 찾더니 한컴 정품 실물을 내게 보여줬다.

이런 거 사야 한다고, 못 깔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한글 맹(盲)에 언어 소통 불능자 취급이다.

"노트북 사자마자 수리비만 십만 원 날렸는데, (그런 노트북 파는 곳에서) 한글 구입 할  없어요."

내가 비웃자 직원도 비웃음으로 답했다.

"한 번 구입하면 평생 쓰거든요."

그걸 누가 모르냐고. 손해 본 걸 보상받고 최소한 한글에 돈 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뿐인데.


내가 꿋꿋이 버티자, 원은 뒤늦게 고객 정보를 묻고 검색해 본다.

그해 특판으로 나온 노트북에 한글을 끼워 넣어서 판 것을 알게 된다.

그 문제의 한글 때문에 문제 많은 노트북을 산 것이다.


3년 전, 출판사에 첫 웹소 계약작을 넘겨야 했는데, 담당자가 한글파일을 원했다.

내가 십 년 넘게 사용한, 북은 한글 호환이 되지 않았다.

글을 쓰려면, 윈도우 체제 컴퓨터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전시된 노트북을 구입했다, 20만 원가량 깎아 줬는데, 수리비가 두 배나 나갔다. 한글도 무료로 설치해 준다는 말에 혹해서...

아주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

3년 내내 그 같은 재앙과 마주할 줄 몰랐다.


 직원은 고객정보를 검색하더니, 살짝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서비스로 한글을 줬는데, 그걸 달라고 하면 되냐면서 으르고 달래며 무언가 도움 주려고 내 노트북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누른다. 그 과정에서 노트북은 다시 까물 쳤다.

직원은 변명하듯, 원래 노트북 수명은 3,4년이면 최대라고 한다. 내 사용 부주의와 시스템 점검, 쌓인 데이터 같은 것 비우는 걸 수시로 해야 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나는 서비스터를 들락댔지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직원은 수리센터에서 그런 건 봐주지 않는다고, 뇌피셜 같은 주장을 한다.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교체했던 하드에 다시 문제가 발생했던 것도 그렇고, 보증기간 1년만 채우면 또 문제 발생했으니까.


대리점 직원이 소통에 문제는 있어도 귀사를 누설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요즘 서비스센터도 돈 되는 것 위주로 수리하는 건가 하는 의심까지 심어 줬다.

직원은 대리점의 잘못을 모면하려고 트리플로 사를 까셨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수명 짧은 노트북 만드는 대기업.

돈 되는 수리만 맡아서 하는 as센터.

그리고.

노트북 수명이 3.4년이라는 판매 직원의 양심선언? 개중에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나를 진상 고객에서 호구 고객으로 바꾸어 놓고, 직원은 영업적 불필요한 정보를 읊어 댔다.

다시 그의 거친 손길에 내 노트북은 블루화면 에러 모드로 잠들어 버렸다.

노트북 구입하지 않겠냐고, 은근슬쩍 제안한다. 그게 본래 목적이었다


이제 귀사의 노트북과는 굿바이입니다.




연재북 주제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그간 사연 많았던 노트북에 대해 올려봤습니다.
더운 여름, 노트북도 제 수명을 다한 듯 까무러치길 반복하더니, 미처 다른 곳에 옮겨 놓지 못한, 문서가 담긴 usb를 태워 먹었습니다.
새 노트북 구입과 파일 복구 한 뒤(8윌 말경) 다음화를 들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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