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맞은편에 입점한 금은방.
보석에 마음 준 적 없는 나에게
쇼윈도 너머 루비, 에메랄드가 은밀히 눈길을 보낸다.
루비 반지를 끼면
개숫물에 담근 손가락 사이로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흐른다고.
푸른 지구를 잉태한 에메랄드의 그윽한 빛을
갖고 싶지 않느냐고.
창유리마다 서로 다른 미를 뿜어내는
먼 풍경 속 고딕 양식의 건물처럼
보석의 섬세한 단면마다
바라보는 곳이 다른, 빛의 오묘함.
진주는 아름다움을 가장한 조개의 고통이지만
그것은 결실의 다른 이름.
나는 살롱의 어느 공작부인처럼 온몸에 다이아몬드를 두르고
마음의 생채기 위를 허영으로 휘휘 감는다.
열두 폭 치마보다 넓은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미뉴에트가 흐르는 연회장으로 가기 위해
가벼이 손을 허락한다.
상상의 문턱에 걸려 굽이 부러진 하이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니
빤질빤질 닳은 앞치마 같은 일상이 내게 손을 내밀고 있다.
스르르 문이 닫히면
화려한 세계도 막을 내린다.
가끔 가는 음식점 1층에는 금은방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레 쇼케이스에 눈길이 간다.
보석이라고는 거의 착용해 본 적이 없고 욕심도 없었는데, 현란한 외형에 눈길이 자꾸만 간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연세가 있으신 주인의 얼굴을 보니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말을 건넬 수 없었다.
붉은 루비, 초록빛 에메랄드, 푸른 사파이어, 영롱한 다이아몬드..
이래서 보석이구나, 감탄하며 잠시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저 중에 하나만 가지라면 무엇을 고를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린, 에메랄드를 골라야겠지.
결혼할 때 받은 소소한 예물 반지가 있긴 하지만 깊숙이 넣어두고 꺼내지도 않는다.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반지가 잘 안 어울리는 손이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것들. 소유욕만 버리면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말은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