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친구의 강아지, 송이

by 고운로 그 아이


네 뒷머리 같이 소담러운

자주목련 꽃송를 손아귀로 감싸며

기억 속의 너를 멀리서 불러 본다

두 손으로 예쁘게 꽃받침 해주면

발그레 수줍은 표정 짓던

자주목련 닮은 너



목련 나무 아래

달큰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올 때

반가이 움직이던 너의 코와 눈

하늘에서도 꽃 날아왔 걸까

외진 병석 남겨 놓고

향기 따라 훌훌히 떠나간 너



목련꽃 절없이 떨어진 그 자리

밤새도록 달빛은 어나지 못하고

새벽 별똥별 하나 꼬리 드리우며

천국 가는 낯선 길목에

다리를 놓아주었다



시들어 너의 일생이

목련 나무 오롯이 맺혀 있다

꽃봉오리로, 꽃송이로

심장이 뜨겁게 타오르던 생의 꽃대마다

목련은 너를 추억하며 은 촛불 켜 놓았다



발아래 아지랑이로 피어오

낙화한 송이 곁에서

나는 달빛처럼 글썽이며 별을 머뭇거리고 있다









올봄을 앞두고 아들의 친구의 푸들 강아지인 송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송이에 대한 글은 2년 전 삶 속에 스치는 시 1부 '송이'편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thatchild/44


아들은 이 형에게서 송이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 늘 나와 공유했다. 가끔 영상 대면도 했다.

건너 건너 알게 된 강아지가 이토록 사랑스러웠던 것은 아들이 그만큼 송이를 좋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들이 송이를 직접 만난 것은 세월이 꽤 흐른 뒤였다. 형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서 처음 송이를 안았을 때, 낯선 사람만 보면 짖어대는 송이가 그렇게 얌전할 수 없었다 한다. 그 동영상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다리를 다쳐 수술을 받고 퇴원한 뒤에는 급격히 노화되어 있었다. 그 무렵 안타까운 마음으로 쓴 시가 '송이'였다.

그 후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로 송이는 눈에 총기가 살아나고 털도 다시 윤택해졌다.

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고 금세 져 버리는 목련꽃처럼 송이도 그렇게 한 떨기 꽃송이처럼 지고 말았다.


아들이 그린 송이의 모습



지하상가를 지나가다 송이를 닮은 키링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 왔다.



눈이 똘망똘망하던 송이와 그 송이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던 아들의 순수한 마음이 떠올라 아련한 감상에 젖어든다.

내일을 괘념치 않고 오늘의 향기를 후회 없이 뿜어내고 있는 언덕배기 자주목련꽃 등 뒤에서.



글은 슬퍼도 봄날은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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