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는 아들의 친구의 반려견.
열 살 넘어 노구가 되어
갖은 병마가 도사리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맑은 영혼이 비치는 네 두 눈.
연(緣)의 비밀을 함구하고 있는
너, 송이.
여태 조우는 못 하였지만
사진으로 본 그 눈빛에서
나는 직감하고 말았다.
끝없이 반복되었을 너와의 연
나 너를 아직도 잊지 못하였구나.
눈 날리는 동토 위에서
발이 얼어붙은 채로
나를 깨우며 부르짖었을 너.
외지인 따라 너를 보낸 날
험준한 산을 목숨 걸고 넘어
내게 달려와 안겼을 너.
바벨탑이 무너지고
운명의 강이 우리를 갈라놓았을 때부터
그 비애를 말로 다 못하고
네 눈은 깊은 슬픔의 강 되었으리.
너는 나를 알려 하지 마라
내가 너를 알아냈으니.
못다 한 연
인고의 늪
미련한 내가 알 길은 없어도
햇살 좋던 날 뜨락에서,
북풍한설에 헌 누비옷 걸치고
행복했던, 따스했던 기억만 남아
영겁의 시간을
유영해 왔으리라.
용서하여라
인간의 이기심을.
잊고 또 태연히 살아가는 모습을.
허나
아픈 가슴 한 편은 남겨 놓았다.
네 마지막 눈빛, 낙인이었다.
너 부디, 이생 다하여도
연의 실타래 끝을 물고 달려가거라
우리 인연의 얽힌 비밀 풀어지도록.
내 앞이 안 보여도 그 연줄 따라
영원의 저편
너를 내가 찾아갈 수 있도록...
송이는 아들의 대학 친구의 푸들 강아지이다.
아들은 이 강아지를 처음 알게 된 그때부터 마치 제 강아지인 양 너무 좋아했다. 친구에게 받은 사진과 동영상을 수시로 내게 보내 주었다.
가끔 송이와 영상 통화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드디어 송이와의 첫 상봉이 이루어졌다. 영상을 보니 송이를 안고 둥개둥개를 하고 있었다ㅋㅋ
아들이 이렇게 좋아하니 나도 송이가 예사롭지 않았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참 슬픈 느낌이 들었다. 마치 태곳적 인연을 품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내 강아지도 아닌 남의 강아지가 이렇게 사랑스럽고 안타까울 수가 있을까. 나는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 본 적이 없지만 송이로 인하여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작년에 송이가 다리를 다쳐 수술을 하고 며칠 입원을 했다. 사진을 보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이 확 달라져 있었다. 가슴이 아프고 덜컥 겁이 났다. 송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가족이 아닌 내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다행히 송이는 가족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과 또, 건너 멀리에 있는 우리들의 응원으로 잘 회복되어 지금은 건강히 지내고 있다. 그러나 10살이 더 된 노견이라 마음이 쓰인다.
브런치 작가님들이 강아지, 냥이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나는 너무나 잘 안다. 반려 동물이 그저 애완용이 아닌 소중한 가족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아들이 그린 송이 그림(편집 싸이메라 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