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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Oct 01. 2024

송 이



송이는 아들의 친구의 반려견.

열 살 넘어 노구가 되어

갖은 병마가 도사리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맑은 영혼이 비치는 네 두 눈.

연(緣)의 비밀을 함구하고 있는

너, 송이.


여태 조우는 못 하였지만

사진으로 본 그 눈빛에서

나는 직감하고 말았다.


끝없이 반복되었을 너와의 연

나 너를 아직도 잊지 못하였구나.


눈 날리는 동토 위에서

발이 얼어붙은

나를 깨우며 부르짖었을 너.

외지인 따라 너를 보낸 날

험준한 산을 목숨 걸고 넘어

내게 달려와 안겼을 너.


바벨탑이 무너지고

운명의 강이 우리를 갈라놓았을 때부터

그 비애 말로 다 못하고

네 눈은 깊은 슬픔의 강 되었으리.


너는 나를 알려 하지 마라

내가 너를 알아냈으니.

못다 한 연

인고의 늪

미련한 내가 알 길은 없어도


햇살 좋던 날 뜨락에서,

북풍한설에 헌 누비옷 걸치고

행복했던, 따스했던 기억만 남아

영겁의 시간을

유영해 왔으리라.


용서하여라

인간의 이기심을.

잊고 또 태연히 살아가는 모습을.

허나

아픈 가슴 한 편은 남겨 놓았다.

네 마지막 눈빛, 낙인이었다.


부디, 이생 다하여도

연의 실타래 끝을 물고 달려가거라

우리 인연의 얽힌 비밀 풀어지도록.


내 앞이 안 보여도 그 연줄 따라

영원의 저편

너를 내가 찾아갈 수 있도록...








송이는 아들의 대학 친구푸들 강아지이다.

아들은 이 강아지를 처음 알게 된 그때부터 마치 제 강아지인 양 너무 좋아했다. 친구에게 받은 사진과 동영상을 수시로 내게 보내 주었다.


가끔 송이와 영상 통화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드디어 송이와의 첫 상봉이 이루어졌다. 영상을 보니 송이를 안고 둥개둥개를 하고 있었다ㅋㅋ


아들이 이렇게 좋아하니 나도 송이가 예사롭지 않았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참 슬픈 느낌이 들었다. 마치 태곳적 인연을 품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내 강아지도 아닌 남의 강아지가 이렇게 사랑스럽고 안타까울 수가 있을까. 나는 강아지를 번도 키워 적이 없지만 송이로 인하여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작년에 송이가 다리를 다쳐 수술을 하고 며칠 입원을 했다. 사진을 보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이 확 달라져 있었다. 가슴이 아프고 덜컥 겁이 났다. 송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가족이 아닌 내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것 없다.


다행히 송이는 가족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과 또, 건너 멀리에 있는 우리들의 응원으로 잘 회복되어 지금은 건강히 지내고 있다. 그러나 10살이 더 된 노견이라 마음이 쓰인다.


브런치 작가님들이 강아지, 냥이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나는 너무나 잘 안다. 반려 동물이 그저 애완용이 아닌 소중한 가족이라는 을 이제는 잘 안다.


아들이 그린 송이 그림(편집 싸이메라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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