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로 그 아이 Oct 08. 2024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그들만의 세계에서

성토 대회가 열렸다.

心臟(심장), 血(혈), 肝(간), (족)

쌓인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나는 여태 쉬어 본 적이 없소.

하루에 펌프질 10만 번.

이렇게 고강도 노동을 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들어 봤소."



끼어들었다.

"나는 주야장천 달려야 하오.

몸 한 바퀴를 1분에 주파한다오.

예전에는 이 길이 고속도로였

어떻게 관리했길래 요즘은 비포장도로 같소."



이 나섰다.

"폭식에, 폭음에, 스트레스에

거르고 걸러도 일이 질 않소.

그래 놓고 피곤한 건 나 때문이라 하니

적반하장일세.. 쯧쯧."



"평생 짓밟히는 기분 아시오?

육중한 몸 떠 받들고 산다오.

어찌하여 날이 갈수록 더 티기 힘겹소.

어디 물구나무서는 세상 없소?"

足이 발끈했다.



그들은 본체의 무절제, 무책임에

의 화살을 쏘아 올리다가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다.



일심동체(一心同體)

혈연지간(血緣之間)

충간의담(忠肝義膽)

수족지의(手足之義)라.



한 몸이 되어

피를 나눈 사이이니

충성과 의리를 다하여

서로서로 아끼고 지켜주자며

공생공사를 결의했다.



그러불통의 그 본체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같은 동요에

아랑곳 않는다.

프라이드치킨을 욱여넣고

맥주를 컥대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다

진실의 미간이 된다.



"역시 치킨은 프라이드."



정작 현실판 인사이드 아웃에는

나 몰라라

 치 혀의 감언이설에만

속고 또 속아 넘어간다.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하면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9년 만인 올해에는 2편이 개봉되었다.

인사이드 아웃의 뜻은 속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즉 뒤집는다는 뜻이 있고,

속을 뒤집듯 철저하게, 완전히라는 뜻도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내면의 감정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보여주는 것이니 첫 번째 의미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것에 착안하여, 몸속 장기들의 감추어진 속마음을 끄집어 내 본다는 의미로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시를 써 보았다.


건강을 위해 무엇을 잘 먹어야 하나가 아닌, 무엇을  먹어야 하나가 쟁점이 되는 요즘이다. 소식, 단식, 간헐적 단식 등 덜 먹고 안 먹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 되고 있다. 그만큼 너무 잘 먹고 산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것도 서구화된 식단으로 말이다.


지방, 단순당, 화학적 첨가물 등은 입맛을 유혹한다. 튀김, 빵, 떡, 면, 케이크, 라면 등 우리 몸에 안 좋은 것은 다 맛있고 매력적이다. 이런 음식을 탐닉하다 보면 장기들이 점점 기능을 잃게 됨에도 당장은 아닐 것이라는 안일함 때문에 건강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을지 모른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나온 수치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놀라서 술을 끊고 간식을 줄이고 야식을 절제한다.


치맥, 얼마나 매력적인가. 고생 끝에 찾아오는 이 소확행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무조건 안 먹는다고 건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먹는 대로 족족 병이 찾아오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이나 즐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을 살면서,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 '절제'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