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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Sep 17. 2024

詩를 기다리며



왁자한 추석 명절

반가운 얼굴 다 모였는데

詩님은 아직 오지 않았네



보름달은

청사초롱보다 밝고

감나무에는 감이

뽀드득 힘주어 익어 가는데



비단 명주 고쳐 입나

사모관대 차려입나

대문, 쪽문 열어 놓아도

詩님 당최 오지를 않네



길을 잘못 들었을까

장독 안을 뒤져 본다

발 디딜 틈  걸까

돌담 위를 쳐다본다



나팔꽃도 들여다 보고

풍경 소리 울려 봐도

옷소매 끝동조차

나타나지를 않네



우리 詩님 보따리에는

산해진미 가득하다지

갓 따온 시감이

갓 잡은 시어가

갓 쪄낸 시심이

한 보따리라네



보름달은 차서 기울어 가고

갈아 놓은 먹물은 말라 가는데

그 님 행방 알 길

오리무중이던 차



아뿔싸

번개 같은 생각

그 생각을 미처 못했구나



천하대장군 무서워

옴짝달싹

지하여장군 불호령에

사시나무 되었



갸륵한 우리 詩님 모셔 오려고

맨발로 동구 밖까지

한걸음에 달려








추석입니다. 차례는 잘 지내셨요?

저희는 단출하게 잘 지냈습니다.


제사를 가져온 지 16년 됐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음식 가짓수를 대폭 줄였기 때문에 준비하기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주변 분들 보면 차례, 제사를 없앤 집도 많습니다. 집에서 제를 지내는 것은 점점 사라져 가는 문화가 될 것 같습니다.


쓰고 있던 시는 명절 분위기와 썩 맞지 않고, 새로 쓰려고 하니 영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그 난감한 느낌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오늘이 발행일이어서 납기일 준수를 외치며 시 한 편을 또 올려 봅니다.


추석 연휴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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